올해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
박상진의사 다큐 제작비 삭감등
문화예술지원금 축소 아쉬움

▲ 홍종오 영화감독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울산지회장

‘진중이 일곱이 진흙색 일복 입고 두 무릎 꿇고 앉아 주님께 기도할 때 접시 두 개 콩밥덩이 창문 열고 던져줄 때 피눈물로 기도했네 피눈물로 기도했네’ ‘대한이 살았다. 대한이 살았다. 산천이 동하고 바다가 끓는다. 에헤이 데헤이 에헤이 데헤이 대한이 살았다. 대한이 살았다.’

이 가사는 1919년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다 끌려 들어온 유관순 열사 등 7명이 서대문형무소 여옥사(女獄舍) 8호 감방에서 지은 노래다. 8호 감방 7명 중 심명철 지사에게 들었던 가사를 아들 문수일씨가 적어놓은 이 노래는 최근 언론에 공개되면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문씨는 “유관순 열사와 동료들은 감방에서도 함께 만세를 불렀으며 서로의 고통을 위로하고자 이 노래를 지어 불렀다”고 전했다.

1919년 3월1일 이후 서대문형무소 여옥사에 함께 수감된 유관순 등 7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수많은 공포의 밤을 서로 위로하고 용기를 불어넣으려 옥중에서 만들어 불렀다고 전해지는 이 노래의 핵심은 당시 독립을 향한 갈망과 죽음에도 꺾이지 않은 용기를 담고 있다. 이들은 ‘대한이 살았다’라는 내용의 이 노래를 통해 자주 독립을 향한 당당한 외침을 만방에 알렸다.

일제의 고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이 노래를 부르며 견뎠을 유관순 열사와 6명의 옥사 동료들 덕분에 독립운동은 3·1운동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3·1운동이 실패한 것은 우리 민족을 힘차게 이끌어 갈 정부가 없었기 때문임을 공감한 당시 독립운동가들은 3월 블라디보스토크에 대한국민의회가, 4월 한성과 상하이에 각각 임시정부가 세워졌지만 임시정부를 하나로 묶자는 의견에 따라 상하이(上海)에서 통합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 이렇듯 3·1 운동은 임시정부 설립의 계기를 만든 민간 주도의 독립운동이었다.

2019년은 3·1운동 100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해이며, 또한 한국영화탄생 100년이 되는 해이다.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토’(감독 김도산)가 1919년 단성사에서 개봉한지 100년이 되는 해로서 매년 10월27일을 ‘영화의 날’로 정해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영화는 인고의 시대를 힘들게 헤쳐 온 우리 민족과 애환을 함께 하며 대중문화 발전의 모태가 되었고, 문화의 중심에서 전통을 이어가며 10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에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의 일환으로 영화진흥위원회는 (사)한국영화인총연합회 등과 함께 ‘한국영화 100년 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원회를 중심으로 기념행사 기획, 영화진흥 사업, 학술행사, 남북영화 교류사업 등 영화 발전을 위한 다양한 축제 행사를 열 계획이다.

올해는 대통령직속의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국가적 기념물과 행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울산에서도 고헌 박상진 의사 공원 조성과 동상건립, 항일 독립운동기념탑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시와 시의회에서도 다양한 100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뜻 깊고 감사한 일이다. 공원과 동상, 기념물 건립은 보존가치로서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기념물들을 더 풍성하게 만들 문화예술행사 지원은 빈약해 보인다. 이런 뜻깊은 해에 박상진 의사의 일대기를 그릴 다큐멘터리영화 제작비의 전액 삭감과 문화예술지원금의 대폭 삭감은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역사와 문화는 하나이고, 문화예술은 지속가능하고 발전해야 하며, 역사는 기록되고 보존되어야 한다. 그래야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길 수 있고, 지난 100년의 역사와 희망찬 미래의 100년을 만들어갈 수 있다. 또 유관순과 6명의 열사들이 옥고를 견디며 부른 그 노래의 가치와 문화대국을 꿈꿨던 백범 김구 선생과 독립을 갈망한 열사들의 숭고한 뜻이 부합할 수 있다.

2019년은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100년을 위한 ‘민·관·문화예술인과 시민이 함께하는 참여형 축제의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시민들에게 희망과 ‘소확행’을 누릴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홍종오 영화감독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울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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