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월 초엔 울산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신년인사회가 열린다. 지역 상공인들뿐 아니라 시장과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경제·사회·문화 각 부문의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다. 1년에 한번 1월 첫주에 열리는 신년인사회는 한해의 살림살이를 가늠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챙겨보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 대규모 교류의 장이다. 시장과 시의장, 상의 회장, 국회의원들의 인사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반 행사장에서 듣는 뻔한 인사말과는 사뭇 무게감이 다르다. 사실상 신년인사회의 프로그램도 그들의 인사말이 전부다.

3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년 신년인사회는 아쉽게도 이같은 기대감을 채워주지 못했다. 특유의 환한 웃음으로 새해 덕담을 건네며 인사말을 시작한 송철호 울산시장은 “사즉생의 각오로 불황탈출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불황탈출을 위해 어떤 시정을 펼 것인지는 엿볼 수가 없었다. 새해 언론 인터뷰와 보도자료를 통해 시정방향을 전부 소개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이번 신년인사회의 주제인 위기극복과 관련한 시정방향만이라도 직접 이야기하고 참석자들의 협조와 동참을 촉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수백명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격려하며 용기백배해서 달릴 각오를 다지는 신년인사회가 아니던가.

국회의원들의 인사말도 정치적 이념을 떠나 지역민들끼리 화합하고 서로 용기를 북돋워야 하는 신년인사회의 취지를 담아내지는 못했다. 목소리는 높았지만 청중들의 공감을 얻어내기는커녕 오히려 당혹감을 안겨주었다. 오죽했으면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한마디만 하고 마이크를 내려놓은 여당 국회의원의 인사말 끝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을까.

참석자들의 숫자도 예년에 비해 줄어든 듯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기업을 운영하는 한 기업인은 “이상하게도 대기업 공장장들을 거의 볼 수 없다”고 했다. 본사에서 파견되는 대기업 공장장들에게 있어 신년인사회는 다양한 지역 인사들을 한꺼번에 만나고 지역정보를 얻는 좋은 기회인데, 의외였다. 대기업의 울산공장은 울산경제의 중요한 한 부문을 차지한다. 시회적 책임이 중시되는 시대인지라 기업도 지역사회와 공감대 형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들의 불참 이유를 경기침체에만 돌리기에는 뭔가 석연찮다.

이날 무대 뒤에는 ‘울산경제, 위기를 극복하자’라는 올해 신년인사회의 주제가 커다랗게 적혀 있었다. 무대 위에서 인사말을 하는 그들은 위기극복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비상한 계획을 밝히고, 무대 아래 수많은 참석자들은 올 한해 어떻게 지역발전에 동참할지 비장한 각오를 다지는, 그런 신년인사회가 됐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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