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게재되는 기사들이 어둡다. 경제가 어렵고 빚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심지어는 대기업 경영자의 자살소식과. 노동조합의 파업 소식, 핵 폐기물 저장소 문제가 연일 지면을 메우고 있다. 어떤 사람은 신문이나 방송을 보기가 짜증나고 화까지 난다고 한다. 지루하던 장마는 지났지만 무덥고 짜증나기 쉬운 요즈음 가볍고 즐거운 소식이 많았으면 하는 기대를 버릴 수 없다.

 베트남 출신 성직자인 틱낙한의 저서들을 살펴보면 화의 근원은 자신에게 있다고 한다. 어떤 외부 환경 변화에 스스로 적응하지 못하면 화가 나고 이를 관리하지 못하면 병이 된다는 지론이다. 화라는 단어를 생각하면서 반대로 즐거움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즐거움은 누군가가 제공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리라. 사람들은 즐거울 때 미소를 짓거나 웃음을 띄게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유머나 코미디, 개그를 보더라도 공감하지 않으면 결코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즐거움은 다른 사람과 공감할 때 생기는 현상일 것이다. 공감대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 간에 신뢰가 있어야 싹이 튼다. 최근 일련의 사태들은 상호 신뢰가 없어서 발생된 문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다수의 파업은 경영자와의 불신에서 발생되며, 심리적 요인이 가장 많이 작용하는 경제 현상도 미래의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 침체가 이어지는 것이다. 핵폐기물 저장소 문제도 핵 폐기물에 대한 안전성을 믿을 수 없고, 정부의 방침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믿음이 깨어져 더 심각한 사태로 발전하고 있다. 빚이 많아 자살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경제 사정이 나아지고 소득이 높아질 것이라고 믿지 않기 때문에 희망을 잃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문제일 것이다. 이 역시 신뢰에 관한 문제로 인한 것이다.

 삶에 있어 즐거움을 찾는 방법 중 하나는 서로 믿음으로부터 출발한다는 데 이견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진정한 즐거움은 자기자신에 대한 긍지를 갖는 것이 시발점이란 생각이 든다. 과거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 우리 선조들은 긍지 하나로 어려움을 견뎌왔다. 비록 현재는 가난해도 뼈대 있는 집안 자손으로 해서는 안될 일과 반드시 해야만 할 일을 구분해 행동하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은 어려워도 더 어려운 사람을 보면 나누어 가지려 노력했고, 아무리 어려워도 남을 해치는 행동은 자제되어 왔었다. 특히 가족과 더불어 자살한다는 것은 가문의 수치로 느끼며 어려울수록 가족간의 단합을 통해 슬기롭게 극복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했다.

 요즈음 일어나고 있는 제반 사회문제는 자신이 소속된 가정이나 문중, 기타 집단에 대한 자긍심 부족에서 발생된 문제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역설적일까?.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긍지를 가진 사람이 스스로를 죽일 수 있는 의사 결정을 쉽게 할 수 있을까? 소속된 회사에 대해 긍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파업 찬반 투표에서 쉽게 찬성 의사 표명을 할 수 있을까?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인생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몇 가지를 자문(自問)해 본다.

 최근 경남은행에서는 즐거움과 신뢰, 자긍심을 갖는 기업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이름하여 F.T.P 운동인데, Fun, Trust, Pride의 첫 글자를 따 만들었다. 경남은행은 즐거운 직장생활을 위해 매월 직원간 간담회를 개최하고, 상호 신뢰를 위해 직원 상호간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근무환경개선과 후생 복지향상을 위해 힘쓰겠다고 한다.

 필자가 소속된 집단에서 행하는 문화 캠페인을 소개하는 이유는 최근 그 어느 때 보다 침체된 사회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런 종류의 범 사회적 캠페인이 필요한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긍심과 상호 신뢰는 우리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P.T.F. 운동으로 변형해 사회전반적으로 시행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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