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학용 울산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전 SK에너지 베트남 BSR 운영본부장

지난 2000년, 보다 선도적인 안전관리를 위해 미국 안전관리 우수업체에 대해 벤치마킹에 나섰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제조회사인 Dupont, Dow와 미국 최대 정유제품 생산회사 Valero의 안전관리를 시찰하였다. 가장 인상깊은 것은 공장 정문에 설치돼 있는 안전무사고 목표관리 표시판에 협력업체의 안전사고를 같이 관리하는 것이었다.

안전 관리자에게 물었더니 회사의 가장 중요한 안전관리 목표는 ‘협력회사의 안전관리’라고 했다. 참고로 미국 Valero 로스앤젤레스 공장의 안전관리 목표는 결과관리 지수로 산재 건수, 협력업체 사고율 및 환경사고건수 그리고 과정관리 지수로 아차 사고 건수, 안전 제안 건수, 안전점검 참여율, 안전교육률 등이었다.

작금 협력업체 비정규직 직원의 안전사고에 의한 사망사고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최근 모 회사의 비상임이사 및 울산시 시민안전 자문으로 활동하면서 산업의 안전관리는 원청업체의 협력업체 안전관리가 가장 중요한 안전관리 요소이고,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목표에 협력업체의 사고율 및 안전관리 활동을 반영해야 한다고 수차례 이야기 하였지만 들려오는 것은 메아리 뿐이었다.

현재 국내 산업체의 3D업무는 거의 대부분 원청업체가 아닌 협력업체가 수행하고, 많은 협력업체는 임시 고용한 비정규직들이 이 업무를 수행하게 하고 있다. 이러니 협력업체의 잦은 사고에도 불구하고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실적은 늘 완벽한 것처럼 보인다. 최근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사고의 대책으로 2인1조 근무를 이야기하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안전의 위험유해요소가 산재한 산업체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산업체 사고 방지를 위한 시급한 근본대책은 원청업체의 완벽한 안전관리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목표에 협력업체의 사고율 및 안전관리 활동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 물론 도전적이고 달성 어려운 목표지만 이러한 목표는 실질적인 협력업체 관리의 관심과 노력이 일어나게 하고, 또한 노력이 지속되면서 목표달성을 위한 새로운 전략의 개발 및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원청업체가 협력업체의 안전관리를 책임진다는 안전문화 정착이 필요하다. 원청업체의 시설개선 만으로 협력업체의 안전사고 예방에는 한계가 있다. 안전사고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원청업체의 협력업체와 안전사고 공동 책임 및 역할 분담을 통한 동반성장을 하겠다는 의식 개선이 중요하다. 나아가 협력업체의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해주고 이를 성과에 반영하는 것이 효과적인 협력업체 안전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

셋째, 원청업체의 협력업체 안전관리 성과를 평가 보상해야 한다. 협력업체의 성과 평가 및 계약에 안전관리 성과를 반영해 주고 이를 협력업체 안전관리 개선의 경영도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원청업체의 협력업체 사고로부터 책임 회피를 위해 하청에 하청을 주는 생각으로는 아무리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이야기해도 이는 설득력이 없을 것이며, 어떻게 안전사고에 가장 취약한 3D업무를 협력업체로 하여금 수행하게 하고, 이러한 업무의 안전관리를 책임지지 않고 협력업체와 동반 성장을 외칠 수 있겠는가.

원청업체의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협력업체의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겠다. ‘재산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선현들의 이야기를 빌어 ‘회사의 재산적 손실을 잃은 것은 조금 잃는 것이고,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고, 구성원의 목숨을 잃는 것은 회사의 모든 것을 잃는다’는 생각으로 협력업체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겠다. 이제 우리나라의 기업경쟁력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기초는 글로벌 안전관리의 관행 정착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작금의 협력업체 사고를 거울 삼아 우리의 글로벌 안전관리 경쟁력도 한 번 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성학용 울산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전 SK에너지 베트남 BSR 운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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