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 유치를 둘러싸고 울산과 부산시, 경북도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원전해체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할 뿐 아니라 시간이 많이 걸리고 위험도 높다. 여기다 국내의 원전해체 기술은 아직 초보 수준이어서 이제부터 기술적인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과 부산이 원전해체연구소 유치를 두고 각축전을 벌이는 이유는 원전해체에 따르는 파급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원전해체연구소가 울산에 유치될 경우 울산지역의 우수한 산업 기술인프라가 원전해체기술과 접목되면서 또다른 산업생태계를 창출할 수 있다. 또 원전해체와 관련한 기업·기관의 집적화를 통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원전해체 기술을 상용화하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울산의 조선산업이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업체들이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원전해체에 뛰어든다면 울산조선산업의 사업다각화 및 활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지난달 2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에서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중공업,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원전해체 분야 산학연 전문가들과 ‘제2차 원전해체산업 민관협의회’를 개최, 내년 3월까지 원전해체연구소 설립방안을 비롯한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을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원전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서 원전해체 분야의 선제적인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주민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2020년 6월 원안위로 최종안을 제출하고, 원안위 인허가 승인 이후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해체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울산은 부산시, 경북도와의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점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울산은 엔지니어링플랜트, 정밀화학, 에너지소재, 환경 등 4개 분야의 원전해체산업을 갖추고 있다. 전후방 산업들이 촘촘하게 들어선 울산은 넓은 부지와 설비해체, 핵종분석, 방사선 측정 등 해체기술 실증화가 가능한 산업 인프라가 어느 지역 보다 두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울산시민들은 그 동안 불합리한 원전 지원을 참으면서 살아왔다. 원전이 울산의 북쪽과 남쪽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한번도 목소리를 제대로 낸 적이 없다. 울산은 신고리원전 소재지이고, 원전 반경 30㎞ 이내에 울산인구의 94%가 살고 있다. 원전해체연구소는 울산지역 경제는 물론 국가경제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울산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는 것은 곧 울산의 이익이요 나라의 이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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