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핵잠수함 침몰 실화
영화 ‘쿠르스크’ 16일 개봉

▲ 19년 전 발생한 러시아 핵잠수함 침몰 사건을 다룬 영화 ‘쿠르스크’의 한 장면.

2000년 8월 12일 러시아 북부 바렌츠해에서 훈련 중이던 핵잠수함 쿠르스크호가 침몰한다. 3분 간격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두 번의 폭발이 일어난 뒤 잠수함은 곧바로 108m 심해로 가라앉는다. 폭발 직후 100여명의 승조원 가운데 잠수함 제일 후미 격실로 이동한 23명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고, 러시아 정부는 구조 작업에 나선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쿠르스크’는 19년 전 발생한 러시아 핵잠수함 침몰 사건을 스크린에 옮겼다. 재난영화 형식이지만, 당시 사건을 부풀리지 않고 차분하게 조망함으로써 실화 자체가 주는 묵직한 울림을 그대로 전달한다.

영화는 심해와 지상을 오가며 긴박한 순간을 담는다. 깊은 바닷속 잠수함에 고립된 승조원들은 서로 다독이며 애타게 구조를 기다린다.

지상으로 시선이 옮겨가면 숨은 더 턱턱 막힌다. 러시아군은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도 사고를 감추는 데 급급하고, 승조원 가족에게는 거짓으로 둘러댄다. 이를 지켜보다 못해 영국 등 국제사회가 지원 의사를 밝히지만, 러시아는 군사 기밀 누설과 자국 체면을 앞세워 뜸을 들인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영화는 특별한 기교나 신파는 가급적 배제하고, 승조원과 가족들의 감정 변화를 촘촘하게 담아내며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영화는 쿠르스크호 생존 군인들의 리더인 미하일 카레코프(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분)의 어린 아들 눈을 자주 비춘다. 러시아군이 가족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면서 거짓을 말할 때, 어린 아들은 서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쏘아본다. 마치 사건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러시아군에 지원을 제안하는 영국군 리더 데이비드 러셀(콜린 퍼스)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종종 관객 시선은 두 사람의 시선 위에 포개진다. 이들의 시선은 실화이기에 더욱 가슴을 짓누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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