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검찰수사 비판 관련

내부반발 의식등 다양한 추측

“예정된 퇴임” 확대해석 경계

▲ 최인석(61·사진) 울산지법원장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수사를 비판해 왔던 최인석(61·사진) 울산지법원장이 2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부임 1년도 안돼 돌연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2월 취임 당시부터 지난 연말께로 퇴임시점을 거론해 온 만큼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관측과 함께 검찰의 수사를 비판한 법원내부 게시물에 대한 반대여론을 의식한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7일 울산지법에 따르면, 최인석 울산지법원장은 이날 울산지법에 출근하지 않고 대법원을 방문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최 법원장은 오는 2월께로 예정된 정기인사 때까지는 울산지법에서 근무할 전망이다.

사직 이유를 놓고 일각에서는 최 법원장의 최근 행보를 분석하며 다양한 추측을 제기하고 있다.

최 법원장은 지난해 10월29일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문재인 정부 들어 시작된 검찰의 양승태 사법부 수사와 영장발부 남발에 대한 비판적 게시물을 남겼다.

그는 ‘압수수색의 홍수와 국민의 자유와 권리’라는 글을 통해 “검찰을 무소불위의 빅브라더로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법원”이라며 “검사의 업무에 협조하는데만 몰두하였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데는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압수수색 영장의 청구는 가히 홍수를 이루고 있다. 통계만 보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곳곳에서 압수수색의 남용, 남발에 대해 볼멘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사생활 영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없다’는 속담을 인용해 검찰의 지나친 압수수색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압수수색 영장 발부에 인색하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여! 메멘토 모리! 당신의 주거와 PC, 스마트폰, 그리고 계좌도 압수수색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십시오!”라고 강조했다.

이후 자신의 글을 놓고 젊은 판사들을 중심으로 법원 내부에서 논란이 일자 “여태까지 뭐하다 이제야 떠드느냐 하시는데, 아니다. 저는 30년 전부터 떠들었다”며 “1988년 대법원장 사퇴를 불러왔던 이른바 2차 사법파동때 우리 법원 성명서를 제가 썼다. 또 각급 법원판사회의는 행정처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싸워서 얻어낸 것”이라며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진 직후에 이런 의견을 피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결국 최근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된 불편한 심경과 이에 대한 게시물과 관련한 내부 반발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반면 최 법원장의 사직서 제출은 부임 당시인 지난해 2월부터 이미 예정돼 있었다며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내부 시각도 있다.

울산지법의 한 판사는 “판사들에게 직접적인 이야기는 연말에 했지만, 부임 초기인 지난해 2월부터 2018년까지만 근무하겠다고 공공연히 말씀한 걸로 알고 있다”며 “법원장의 정확한 속내를 알 수는 없지만 게시물과 관련한 젊은 판사들의 반발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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