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정부 부동산 대책에도
강남 집값은 여전히 고공행진
지역 맞춤정책으로 전환 필요

▲ 권문업 세무사·우성세무회계사무소

어떤 특성이나 관심을 공유하는 일부의 사람들이 세상과는 동떨어진 채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갑론을박하는 상황을 ‘그들만의 리그’라고 표현한다. ‘그들만의 리그’에는 ‘그들’속에 합류하지 못하는 우리의 처지에 대해 자조적인 경우도 있고, 일반적이지 않은 ‘그들’에 대한 냉소적인 경우도 있다.

원래 ‘그들만의 리그’는 원제가 ‘A League of Their Own’이라는 미국 영화의 제목인데, 실제로 1943년부터 1954년까지 존재하던 전미 여자 프로야구리그(AAGPBL)에 대한 내용을 그리고 있다.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미국은 군대에 입대해서 전쟁에 나가는 것이 남성적인 가치라고 추앙받던 시절이었고, 야구선수를 포함한 많은 남성들이 군대에 입대하게 되면서 프로야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결국 구단주들은 여자들을 모아서 야구를 부흥시키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여자들로 이루어진 야구팀과 리그를 결성하게 된 것이다.

남자들의 야구팀을 대신해 프로야구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무슨 야구냐’는 인식이 팽배했던 초반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인기가 오를 무렵쯤에는 전쟁이 끝나고 남자 선수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는 바람에 시들해져 결국 폐지되어 버린 비운의 리그였다.

이처럼 대중의 시선이나 공감을 받지 못하면서도 자기들끼리 고군분투하거나 유유자적하는 여러 상황에 ‘그들만의 리그’라는 말은 두루 쓰이고 있다.

영화에서는 톰 행크스가 왕년에는 홈런왕이었으나 부상으로 폐인이 되다시피 한 감독으로, 지나 데이비스가 프로야구 선수가 아니라 스포츠 쇼의 여성상품을 요구하는 구단주와 맞서며 팀을 이끌고 가는 포수로 출연했고, 가수 마돈나가 부른 OST ‘This used to be my playground’는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하늘이 무너져도 집값만은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며 특히 강남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여러차례 강력한 대책을 쏟아낸 바 있다. 그러나 시장은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오히려 강남 부동산 가격을 수직상승시켜 퇴임하는 대통령으로부터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만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항복을 받아낸 경험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실패한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재탕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부동산 가격이 이상징후를 보이는 지역에 대해서만 적용하는 핀셋규제임을 강조했다. 이번에도 시장은 강남을 중심으로 수도권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키고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원하는 지방 투자자들의 수요까지 특정 일부지역으로 끌어 모으는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였다.

2018년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올려진 실거래가 상위 10개 중 9개가 한남더힐아파트인데 매매단가는 ㎡당 3000만~3300만원에 달한다. 2018년 서울 강남에서 1주택자가 청약할 수 있는 마지막 아파트인 서초동 ‘래미안 리더스원(서초 우성1차 재건축)’의 사례도 흥미롭다. 최소 평형의 분양가가 12억원이 넘는 이 아파트는 투기지역내 고가주택에 해당해 중도금대출이 불가능한 아파트이므로 최소 8억원 이상의 현금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1순위 일반분양의 청약경쟁률은 42대1에 달했고, 당첨 취소 또는 계약 포기로 인한 미계약분 26가구를 대상으로 한 추가 입주자 모집에도 2만3000여명이 신청해 89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정부는 왜 강남 부동산 가격에 집착하는 것일까? 이미 강남부동산은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일반리그, 정규리그가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되지 않도록 또는 추종하지 않도록 건강하게 관리하는 방향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목적이 선의였다 하더라도 좋은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강남 부동산 가격의 안정화에 천착할 것이 아니라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되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정확하게 분석해 일반리그, 정규리그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지역별 맞춤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들만의 리그’는 ‘그들’에게만 맡겨 놓자.

권문업 세무사·우성세무회계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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