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거무튀튀한 색상에 울퉁불퉁한 곡선, 촉감마저도 그리 좋지만은 않은 옹기가 있다.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기에 누군가에게는 비호감의 대상으로 인상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꼭 완제품이 아니라고 해서 혹은 흠집이 있는 불량품이라고 해서 세상에 필요 없는 가치로 규정되지는 않는다. 좋은 작품을 만난다는 건 생김새나 용도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제각각의 인연 따라 지어진 결과물에 따라 어떤 관점과 시선으로 작품을 해석하는가에 따라 가치는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쭈글이 옹기는 대다수의 일반적인 시선에서 불필요하게 만들어진 불량품이었다. 전통가마가 상시적으로 운영될 때만 해도 불 조절이 어려워 불량품이 많이 나왔고, 찌그러지고 터진 옹기는 단지 폐기처분해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특별한 시선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옹기로 변신하기도 한다.

생산의 효율성을 위해서 전통가마보다는 전기·가스가마를 사용하면서 쭈글이 옹기는 더욱 희귀해졌고 그만큼 누군가에게는 가치도 커졌다. 굳이 불의 원리를 활용해 기물을 찌그러트리려 해도 만들 수 없는 귀한 옹기가 된 것이다.

▲ 쭈글이 옹기

이는 작가의 생각이나 의도가 반영된 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순간순간의 멋을 발산시키는 예술품이 될 수 없는 건 아니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쭈글이 옹기가 인테리어 장식으로 멋지게 사용된 예만 봐도 그렇다. 모양이 뒤틀린 어그러진 옹기, 어딘가 얻어맞은 듯 눌러진 옹기, 옆구리가 터져버린 옹기, 조금은 어설퍼 보이기에 우리를 닮은 모습으로 더 정감이 가는 예술품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재빨리 알아차릴 때 일상의 소소한 가치는 무한대로 발견되는 법이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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