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문화예술인들은 조국 근대화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부지런히 창작의 씨를 뿌려 척박한 산업도시 울산의 터전에 예술의 기쁨을 안겨줬다. 다른 광역시들이 훌륭한 문화예술시설을 갖추고 저마다 예술적 재능을 발휘하고 있을 때 울산은 변변한 소극장 하나 없는 소도시에 불과했다.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한 1997년, 비로소 울산의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시설들이 잇따라 들어섰으나 아직도 많은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하고 깊이 있는 문화예술기반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난 연말 울산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울산시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명확한 이유도 밝히지 않고 수많은 울산지역 문화예술인의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이에 울산시는 울산예총과 울산민예총에 공문을 보내 회원명단과 조직내에서의 개별 회원의 역할, 주민등록번호(생년월일 부분과 뒷자리 한자리까지)까지 요구했다. 시는 한 술 더 떠서 모든 회원들에게 개인정보 수집동의서와 개인정보 3자 제공 동의서까지 요구했다.
시의회와 울산시의 이같은 요구는 한마디로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공공연한 ‘사찰행위’에 다름 아니다. 울산지역 2500여명의 예술인들이 양대 예총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여자인지 남자인지, 나이는 몇 살인지, 개별적인 예술종목은 무언지 등을 이유도 없이 강제로 제출토록 하는 행위가 어느 나라에서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 혹 이번 시의회 자료제출 요구가 2월 예총 선거과 관계돼 있다면 반드시 사법적인 규명을 해야 한다.
울산은 안 그래도 문화예술시설과 문화예술인력들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계속 듣고 있다. 울산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인들의 사기와 정신을 진작시키고 재정적인 지원을 늘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울산시와 울산시의회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문화예술이 시민들의 눈높이에 안 맞으면 시민들은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