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행복도 1위 시골마을 후쿠이
불황·인구감소 울산에 해법 될수도
시민 행복영향 요소의 체계적 관리를

▲ 정준금 울산대 교수·행정학

새해가 밝았다. 오고 가는 덕담 속에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행복이다.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라고 또 행복을 빌어준다. 행복은 극히 주관적인 판단의 영역이다. 똑 같은 여건에서도 사람에 따라 느끼는 행복의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행복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운 개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수준이 어느 정도이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또는 우리나라의 행복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궁금해 한다. 행복은 극히 주관적인 것이지만 또 상대적인 것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유엔 산하기관인 ‘지속 가능한 개발 솔루션 네트워크(SDSN, 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에서는 ‘World Happiness Report’라는 명칭으로 2012년부터 각국의 행복도를 측정해서 발표하고 있다. 1인당 소득, 건강한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수준 등 7개의 지표로 각 나라의 행복도를 계산하는데, 2018년 조사결과 한국은 156개 국가 중에 57위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소득이나 수명 부분은 성적이 높은 편이지만, ‘삶을 선택해 만들어가는 자유’가 많이 약하며, ‘정치인과 기업인에 대한 신뢰성(부패의 인식정도)’이 떨어진데다가 ‘기부’도 인색한 수준이어서 행복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느 분야가 개선되어야 할지를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재단법인인 ‘총합연구소’를 통해 매년 각 지방의 행복도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소득, 재정건전도, 교육, 문화, 건강 등 다양한 분야의 70여개 지표를 토대로 일본의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의 행복도 순위를 매기고 있는데, 놀랍게도 최근 10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한 곳은 바로 후쿠이현(福井縣)이다. 후쿠이는 일본 중부의 동해에 면한 변방지역으로서 인구가 채 80만명도 안 되는 작은 지방이다. 그런데 후쿠이는 초·중학교 학력평가 1위, 정규직 사원 비율 1위, 대졸 취업률 1위, 노동자세대 실수입 1위를 기록했다. 또한 이직률, 노인과 아동 빈곤율과 실업률은 가장 낮다. 시골마을 후쿠이가 도쿄와 같은 대도시를 제치고 일본 최고의 행복도시로 자리 잡은 비결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석이 시도되었지만(<이토록 멋진 마을>, 후지요시 마사하루 지음ㆍ김범수 옮김), 우리의 현실에 시사점을 줄 수 있는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후쿠이는 여성 또는 가족친화적이다. 후쿠이의 대표적인 산업은 안경으로서 일본 안경의 90% 정도가 후쿠이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안경회사 직원의 절반은 여성이다. 여성들이 안심하고 직장에 다닐 수 있도록 보육시설을 충분히 보급하여 아동 대기율이 제로이며, 근무 중에도 육아를 위한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 또한 후쿠이는 3세대 동거율이 일본에서 최고이다. 손자를 돌보는 조부모에게는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한다. 출산율과 여성취업률이 높을수밖에 없고, 이 결과 세대 당 평균소득은 도쿄보다 높다. 또한 후쿠이에는 유독 시민들이 직접 행정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많고 활성화 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나도 시장’ 프로그램이다. 전국의 대학생들이 후쿠이 발전방안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대회를 매년 개최하여 젊은이들의 지역발전 아이디어도 얻고 시정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역별로 행복도를 조사한 자료가 매우 드물다. 그래서 울산시의 행복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제조업의 부진과 고령화, 인구감소 등은 분명 울산의 행복수준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록 행복이 마음먹기에 따라 좌우되는 주관적 개념이라 할지라도 객관적인 행복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유사(類似)’ 행복에 불과하다. 시민행복이 지방정부의 궁극적 목적이라면 어떤 요소들이 시민들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행복 영향 요소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올해는 울산시민 모두 더욱 행복하기를 기원해 본다. 정준금 울산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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