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반구대 암각화에서 천전리각석을 잇는 대곡천암각화군의 세계유산 등재에 발벗고 나섰다. 해법을 찾지 못한채 십수년을 허비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문제와 별개로 세계유산등재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나선 울산시의 결정은 암각화 보존 방안 모색에도 순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시는 올해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문화재청과 공동으로 진행,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목표는 10년전에 등록한 잠정목록에서 내년까지 우선등재목록으로 한단계 격상하는 것이다. 구체적 목표를 갖고 유산등재 기준에 합당한 요건을 갖추어가는 것은 결과와 상관없이 바람직한 일이다. 세계유산등재에 기준에 맞추어 주변환경을 정비하고 대곡천의 정체성을 확보해나가는 것이 어쩌면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는 것에 버금가는 영구보존방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곡천암각화군의 중요성이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고 길이 보존해야 할 인류의 문화유산이라는 인식이 폭넓게 형성돼 있지만 우리는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문제에 가로막혀 세계유산등재를 소홀히 해왔다. 세계유산등재가 사연댐 수위 낮추는 것과 별개로 진행될 수 있을는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에 달려 있지만 목표한대로 2022년 유산등재가 어렵더라도 암각화는 국가와 울산이 보존해나가야 하는 국보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와 더불어 대곡천 암각화군 역사관광자원화 사업을 위한 연구용역을 하기로 한 것 또한 잘한 일이다. 암각화보존·물문제 해결과 관광자원화 사업은 별개로 동시에 진행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칫 관광자원화를 전근대적인 개발과 혼돈해 마구잡이로 새단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관광객을 유치한답시고 알록달록 커다란 표지판을 달거나, 주위 환경에 어울리지 않게 대규모 전망대와 각종 편의시설을 세우거나, 터무니 없이 거창한 암각화 문양을 뒤집어쓴 가로등을 줄줄이 세우거나, 자동차가 다닐만한 포장길을 내는 등의 시대착오적 난삽한 관광지를 만들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연한 걱정이 아니라 그동안 울산에서 벌어진 관광자원화사업이 거개가 그러했기에 하는 말이다.

관광자원화사업은 대곡천암각화군 일대가 가지는 오랜 역사성과 더할나위 없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한오라기라도 훼손하지 않는 그야말로 자연친화적인 정비에 그쳐야 한다. 관광객들이 선사시대의 어느 한 마을을 상상하며 순수하고 정화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대곡천암각화군다운 관광자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건축의 3대 거장 가운데 1명인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말한 ‘Less is more’라는 원칙이 반드시 지켜지는 관광자원화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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