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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기획특집지오그래픽 태화강
[지오그래픽 태화강]주자의 ‘무이구곡’ 꿈꿨던 ‘백련구곡’…7개 절경은 물 아래다시 읽는 太和江百里 : 6. 대곡천에 영근 성리학의 이상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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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10  22: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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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후기의 학자 도와 최남복이 두동면 천전리 방리마을 잠방골에 지었던 백련서사(白蓮書社)의 원래 모습. 현재의 백련서사는 지난 2001년 울주군 두동면 봉계리에 있는 초락당 한의원으로 옮겨 지어졌다.

조선 후기학자 도와 최남복
백련서사 지어 후학 양성
詩 ‘백련구곡도가’ 통해서
1곡 국사봉부터 9곡 녹우담까지
대곡천 아홉 구비 절경 노래

주자에서 시작된 ‘구곡문화’
은거지 주변 절경 ‘구곡’ 설정
자연의 이치 몸소 체득하고
성리학적 이상 실천하고자 해


대곡댐 물 밑에 가라 앉은 대곡천은 아직도 강과 산으로 남아 있지만 그 물 밑에는 새소리도 없고, 금빛 노을과 옥 같은 이슬도 없다. 자하봉을 받들어 오래도록 절을 했던 침계루 향 내음도 물 밑에는 흐르지 않는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은 귓전에만 맴돌고 대곡댐 물결 위에는 겨울 바람만 분다.

대곡댐 물 밑과 인근에는 아홉 구비의 대곡천 절경이 있다. 조선 후기의 학자 도와(陶窩) 최남복(1759~1814)은 이 곳 두동면 천전리 방리마을 잠방골에 백련서사(白蓮書社)를 짓고 경관이 빼어난 대곡천을 벗삼아 시를 짓고 후학을 양성했다. 도와 최남복이 아홉 구비(九曲) 절경을 노래한 것이 바로 ‘백련구곡도가(白蓮九曲櫂歌)’. 백련구곡은 대곡박물관 주변에서 1곡이 시작돼 3곡부터는 대곡댐에 잠겨 있다. 백련서사는 지난 2001년 울주군 두동면 봉계리에 있는 초락당 한의원으로 옮겨 지어졌다.

대곡천에는 백련구곡 외에 천사(泉史) 송찬규(1839~1910)의 반계구곡(磻溪九曲)이 있는데, 사연댐 뭍 밑에 대부분 잠겨 있다. 이 반계구곡에는 ‘반계구곡음(磻溪九曲吟)’이라는 시로 전해온다. 이 외에 이름을 알 수 없는 또 하나의 구곡이 있는데 ‘칠곡(七曲)’ ‘팔곡(八曲’ 등의 글자만 새겨져 있을 뿐 누가 만들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구곡(九曲)’은 송나라 때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자가 중국 복건성 무이산(武夷山)에 무이정사(武夷精舍)를 짓고 일대의 절경을 ‘구곡’으로 칭한데서 비롯됐다. 주자는 이 무이정사에서 ‘무이도가(武夷櫂歌)’, 즉 무이구곡시(詩)를 창작했다. 구곡문화는 구곡을 통해 자연의 이치를 체득하면서 유학의 이상을 실천하려한 자기수양의 현장이자 이상세계였다.

   
▲ 백련구곡 도해.

주자의 성리학은 공자의 원시유학(原始儒學)에 형이상학적 이론체계를 부여하면서 완성한 것이다. 따라서 구곡은 대부분 자신의 은거지를 중심으로 설정한 성리학의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집 주변 강과 산을 하나의 정원(園林)으로 보고 작은 우주를 설계한 것이 점차 확대돼 구곡문화로 정착됐다.

일곡(一曲)은 층대(層臺)인데 그림 배가 겹쳐 있고
금빛 노을과 옥 같은 이슬이 갠 시내에 방울지네.
국사봉(國師峯)은 보이지 않고 높은 방아가 남았는데
천둥 그친 맑은 하늘에 붉은 연기가 일어나네.
백련구곡도가(白蓮九曲櫂歌) 중 발췌

일곡이라 시냇가에서 고깃배 오르니,
만정봉 그림자가 맑은 시내에 드리워지네.
홍교 한 번 끊어지자 소식도 없고,
수많은 골과 바위가 푸른 안개에 잠기네.
무이도가(武夷櫂歌) 중 발췌

도와가 설정한 백련구곡은 제1곡 국사봉(國師峯), 2곡 장천사(障川寺) 침계루(枕溪樓), 3곡 구도동(求道洞), 4곡 자하봉(紫霞峯), 5곡 백련서사(白蓮書社), 6곡 옥련암(玉蓮庵), 7곡 달관대(達觀臺), 8곡 호계(虎溪) 동쪽, 9곡 녹우담(鹿友潭) 등이다. 이 백련구곡도가의 서문(序)은 최남복이 시를 지은 연유를 한 마디로 요약하고 있다. 주자의 무이구곡은 제1곡 승진동, 2곡 옥녀봉, 3곡 선조대, 4곡 금계동, 5곡 무이정사, 6곡 선장봉, 7곡 석당사, 8곡은 고루암, 9곡은 신촌시다.

도와가 지은 백련구곡도가의 서문(序)은 이렇게 시작된다.

“무진년(순조 8년, 1808년) 가을 칠월 열엿샛날에 풀섭으로 떼를 엮어 태을담(太乙潭)에 띄우고 아이들에게 <어부사(漁父詞)>를 이어 부르도록 하였다. 소용돌이치는 물을 거슬러 굽어드니 아득히 생각나는 사람을 보지 못하는 탄식이 있었다. 손을 씻고 주자(朱子)의 <무이도가> 시에 차운해서 스스로 흥을 풀고, 또 함께 노닐던 여러 군자들에게 받들어 고하였다.”

   
▲ 백련구곡 일대를 그린 병풍.

백련구곡도가는 백련정(백련서사) 주변의 아름다운 계곡물에서 뱃놀이를 하면서 즐긴 뱃노래다. 도와 선생은 뗏목으로 뱃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어부사>를 부르도록 하고 소용돌이치는 물을 거슬러 상류로 올라갔다. 구곡이 하류에서 상류로 올라가는 순서대로 순번이 매겨진 것은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어부가 도화원(桃花源)을 찾아가는 과정을 묘사한 것이다. 대곡천을 따라 올라가며 마침내 복사꽃 만발한 이상 세계에 도달하는 여정을 그린 것이다.

도와 선생은 백련정 앞 태을담(潭:못)에서 아이들의 해맑은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뗏목을 타고 이상 세계를 찾아 떠났다. 아이들은 떠나고 없지만 <어부사> 노랫소리는 아직도 대곡댐 물밑에서 일렁이고 있다.

이재명 논설위원 jmlee@ksilbo.co.kr 사진 출처=울산대곡박물관 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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