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임단협이 ‘산 넘어 산’이다. 2018년 임단협을 시작한지 7개월여만인 지난해 말 어렵사리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아직 총회조차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 분할된 일렉트릭, 건설기계, 지주사 4개사의 합의안이 모두 마련돼야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4사1노조’가 또다시 발목을 잡은 것이다.

4사 중 아직도 잠정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한 곳은 현대일렉트릭이다. 일렉트릭 노사는 합의를 거의 마무리했으나 해고자복직 문제로 갈등을 빚어 후속교섭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도 ‘4사1노조’가 임단협의 걸림돌이 됐다. 지난해는 4사 중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3사가 조합원 총회에서 잠정합의안을 가결시켜놓고도 현대중공업 노조의 합의안 부결로 한 달 넘게 조인식을 못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사실 현대중공업의 이번 잠정합의안은 쉽게 얻어낸 결과가 아니다. 28차에 이르는 7개월간의 교섭 끝에 회사측의 대폭적인 양보로 지난 연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합의 직후 노조(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내 일부 강성조직이 합의안의 일부 문구를 문제삼는 바람에 ‘잠정합의안 재협상’이라는, 전례가 없는 첫번째 위기를 맞았다. 이 초유의 사태도 결국 10여일의 재협상 끝에 회사측의 과감한 양보로 무사히 극복했다. 조선경기가 회복국면으로 접어드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회사측의 절박함이 통큰 양보로 이어진 것이다. 그런데 현대중공업 노조가 합리적이지 못한 4사1노조를 이유로 2차 위기를 자초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올해도 불합리한 상황이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 일렉트릭의 노사갈등은 쉽사리 풀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렉트릭 노조 간부인 A씨가 2015년 3월 회사가 진행한 전환배치와 희망퇴직 면담을 방해해 업무방해죄로 사측에 고소당했고,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회사가 이를 근거로 2017년 A씨를 해고하자, A씨는 노동위원회에 소송을 제기해 부당해고 인정을 받았다. 회사는 또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처럼 한달이 될지, 아니면 그 이상 지연될지 알수 없는 상황이다.

2017년 분할된 4개 회사는 업종이나 경영상황이 모두 다르다. 물론 그에따라 잠정합의안 내용도 제각각이다. 함께 총회를 열고 동시에 가결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조합원들조차 4사1노조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사회도 현대중공업이 하루빨리 임단협을 마무리하고 노사 힘을 모아 재도약의 길로 접어들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노조는 ‘4사1노조’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원칙을 내려놓고 임단협 마무리에 진정성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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