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차장

소문만 무성하던 호랑이생태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됐다. 그동안 이선호 군수와 담당 공무원이 잇따라 호랑이와 관련된 해외 일정을 소화하면서 울주군이 호랑이와 관련된 사업을 할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는데, 이 군수가 2019년 신년기자회견에서 이를 공식화하면서 호랑이생태원 건립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호랑이생태원의 목적은 영남알프스 산악관광 활성화다. 아동을 포함한 가족관광객을 유인할 핵심 인프라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군수의 발표이후 예산낭비부터 안전, 동물복지 등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수백억원대의 예산이 들어가는 대형 사업임에도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사업이 추진된다는 것이다. 군은 지난해 착수했다 중단한 상상의숲 테마파크 용역에 호랑이생태원을 포함시켜 용역을 재개한다고 한다. 이 용역을 통해 호랑이 숫자와 생태원 면적 등을 확정한다는 계획인데, 투입 대비 효율에 대한 검토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에는 과천과 용인, 대전, 전주, 대구, 부산 등의 동물원에서 호랑이를 사육하고 있다. 이들 동물원에서는 호랑이 외에도 사자와 코끼리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을 볼 수 있어서 관람객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단지 호랑이 하나만으로 수익 창출을 기대하는 동물원은 없다. 경북 봉화군 백두대간수목원에서 호랑이만을 사육하는 호랑이숲을 운영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5㏊에 달하는 넓은 방사면적이 주는 효과일 뿐으로 울주군이 추진하는 호랑이생태원과의 비교는 바람직하지 않다.

울주군은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피하기 위해 사업규모를 500억원 이하로 계획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비 보조가 불가피해 정부의 중앙투자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통과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사업을 추진하는 군 역시 사업성을 낙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칫 막연한 기대만으로 대형사업을 추진할 경우 세수 낭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안전에 대한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군은 독일 라이프치히 동물원 등 유럽의 선진화된 동물원의 운영 방식을 따를 것이라고 하는데, 지난 2016년 라이프치히 동물원에서 사자 2마리가 탈출해 1마리가 생포되고 1마리는 사살된 사건이 있었다. 호랑이생태원 예정지는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인근 산악으로, 만약 호랑이가 탈출할 경우 어떤 사고가 벌어질지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군은 사업추진과정에서 주민공청회 등을 열고 여론을 청취할 계획인데, 소음에 따른 인근 주민들의 반대도 예상된다. 호랑이 울음소리는 날카로운 저음의 파장이 있어 야간에는 2㎞ 정도까지 전파된다고 한다. 이선호 군수는 호랑이의 울음소리 또한 하나의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관광객에게만 해당될 뿐 인근주민들이 이를 수용할지는 의문이다. 군은 또 좁은 공간에 동물을 전시하는 국내 시스템과 확연히 차별화된 시스템을 도입해 호랑이 복지를 고려할 계획이라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은 결국 사육일 뿐이어서 동물단체들의 반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워낙 난제가 많다 보니 사업을 추진하는 군도 목표연도인 2022년까지 착공도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금이라도 울주군은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진행하고 용역의 목적도 추진을 위한 것이 아닌 사업성 검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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