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논설위원

여자들이 철떡거리 싸아도 몬 들은 척해라. 까디비이 놓고 보머 숭 없는 사람 엄따 아이가. 우통 벗고 잠이나 자라.

낮에 까등거리 한 짐 하고 나이 몸이 나른하네…겨울밤 호롱불 앞에서 자불다가 머리꺼디이 다 태운데이.

지난 2013년 편찬된 울산방언사전(신기상)을 보면 문득 잊혀져 간 울산 사투리가 그립다. 할머니의 사투리에는 서울말에서 느낄 수 없는 정이 담뿍 배어있다.

영화 ‘말모이’가 5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말모이’는 우리나라 최초로 편찬을 시도한 현대적인 국어사전. 조선어학회는 전국적으로 발행된 잡지 ‘한글’에 광고를 냈다. “각 지역의 ‘말’을 모아주세요” 광고가 나가자마자 대박이 났다. ‘꼬장’ ‘고추장’ ‘고장’….

‘말과 글은 민족의 혼과 정신을 담는 그릇’이라고 했다. “돈을 모으지, 왜 말을 모으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던 주인공 유해진은 한자 한자 글자를 깨우치면서 ‘그릇’의 용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말 그릇’과 ‘글 그릇’에 혼과 정신이 수북해진 것.

추위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1월의 중순, 겨울은 그래서 ‘힘겨운(겨울)’ 계절이다. ‘철’은 농사의 시기를 아는 것을 말한다. ‘철’을 모르는 것은 어린아이 밖에 없었기 때문에 ‘철부지(不知)’는 모두 어린아이다. 아이가 커서 ‘철’이 들면 어른이 되고, 비로소 ‘철’마다 세상에 새 눈을 뜨게 된다. 봄은 싹이 트는 것을 ‘보는’ 계절이고, 여름은 열매가 ‘여는’ 계절이며, 가을은 논밭을 ‘갈아’ 두는 계절이다. 혹자는 겨울의 어원을 ‘겻다(머무르다)’에서 찾기도 한다. 집에 머무르는 것을 ‘겻집’이라고 표현한데서 ‘겨집(계집)’이 나왔고, 이것이 겨울이 됐다는 것이다.

▲ 영화 ‘말모이’의 한 장면.

어쨌든 추운 겨울은 여자들이 ‘아양을 떠는’ 계절이다. ‘아양’은 ‘아얌’에서 나온 말로, 겨울철 부녀자들이 나들이 할 때 머리에 쓰는 쓰개의 일종이다. 이 ‘아얌’을 쓰고 걸어갈 때 붉은 술과 검은 비단 댕기가 흔들거려서 ‘아양 떠는’모습이 연출됐다.

내친 김에 알듯 모를 듯 아리송한 낱말들을 한번 되새겨 보자. 개차반(개가 먹는 차반, 즉 똥), 꼬불치다(돈이나 물건 따위를 몰래 감추다), 괄괄하다(이불호청이나 옷에 풀을 먹일 때 풀기가 너무 세서 빳빳하게 된 상태), 넋두리(무당이 죽은 이의 넋을 대신하여 하는 말), 마누라(조선시대 궁전에서 쓰이던 극존칭), 부랴부랴(불이야 불이야의 준말), 부리나케(불이나게), 아니꼽다(안쪽이 굽다, 장이 뒤틀린다), 애물단지(어려서 부모보다 먼저 죽거나 속을 썩이는 사람·물건), 푸념(무당이 귀신의 뜻을 받아 사람을 꾸짖는 일)….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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