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경제시대 섣부른 판단은 금물
북한에 대한 진지한 학습과 접근을

▲ 김창현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남북교류협력특별위원

미신(迷信)이란 헛된 것으로 여겨지는 믿음이나 신앙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미신에 빠진다. 스스로 학습과 경험에 의해 내면화되는 경우도 있고 자신도 모르게 빠져 드는 수도 있다. 공통점은 한번 빠지면 그 생각을 바꾸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 신념(?)이 생기기까지 꽤 다양한 형태로 교양되어졌기 때문이다.

작년 남북관계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올해 우여곡절을 겪고 있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지고 나면 점차 경제협력은 현실화될 것이다. 그럴수록 우리를 휩싸고 있는 북한에 대한 미신도 맹위를 떨칠 것이다.

첫 번째 미신은 대북 퍼주기이다. 남은 북과 만나면 어떤 이유든 퍼준다는 것이다. 대화를 하려고 해도 몰래 돈을 쥐어줘야 하고 밀가루를 줘야 하고 심지어 그 돈은 모두 미사일과 핵개발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의외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이 퍼주기 논리에 동의한다. 우리에 비해 북이 대단히 못 살기 때문이라는 전제 때문이다.

현재 북은 경제제재로 인해 힘들지만 그렇다고 20년 전 고난의 행군시절은 아니다. 평양의 려명거리에 들어선 80층 아파트를 굳이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이미 상당 수준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실제 남북경제협력은 일방적 퍼주기가 아니라 남측이 많은 이익을 얻었다는데 있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민족화해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영세한 봉제공장들이 빌딩을 소유한 큰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들은 고학력과 놀라운 성실성, 그리고 불량률 제로에 가까운 북의 노동자들을 다시 못 만나 안달이다. 퍼왔으면 퍼왔지 퍼준 것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두 번째 미신은 반대로 북을 무슨 엘도라도처럼 보는 시각이다. 엄청난 자원을 가진 북과 교류를 시작하면 미 서부개척시대 금광을 캐듯 뭔가 들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광물공사는 지난 2008년, 북에는 7000조에 가까운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그 중에서도 철, 금, 마그네사이트, 우라늄 등은 세계적인 매장량을 자랑한다.

심지어 작고한 정주영 회장은 북에 엄청난 양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2010년 골드만삭스는 만약 남북이 통일된다면 순식간에 G2반열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북에 뛰어 들어가자는 생각이 무조건 황당한 것만은 아닌 이유이다.

그러나 북의 지하자원은 함부로 개발권을 넘기지 않을 뿐 아니라 단순한 일이 아니다. 엄청난 자본이 들어가는 큰 사업이다. 옛날부터 금광에 미쳐 떼돈을 번 사람보다 패가망신한 경우가 훨씬 많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미신은 늘 과학의 반대편에서 기승을 떨친다. 북에 대한 진지한 학습과 차분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남북이 함께 가야 할 길은 윈-윈 이다. 민족경제가 갖고 있는 잠재력은 남과 북의 자연환경, 산업구조, 인구분포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평가해야 한다. 분단체제에서 육로로 갈 수 없는 유라시아 대륙으로 가는 철도연결은 남의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고, 북은 사회간접자본이 확충됨에 따라 경제발전의 토대가 된다.

퍼주거나 빼오는 것이 아니라 유무상통하고 서로 발전하고 서로 도와주어야 한다. 그 길에 가장 먼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다방면에 걸친 사회, 문화, 체육 등 비경제적 문제로 교류하며 신뢰를 회복하고 내실 있게 작은 경제협력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담대하게 통 큰 사고를 해야 하지만 그럴수록 한 발자국씩 가야 한다. 예측 가능한 미래가 과학적으로 분석될수록 미신이 설 자리는 없어지게 마련이다.

김창현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남북교류협력특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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