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일일시호일’
하루하루의 중요함 알려줘

▲ 다도를 통해 인생과 성장을 논하는 영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의 한 장면.

차(茶)와 인생은 닮았다.

차를 우리려면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삶에서도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영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은 다도를 통해 인생과 성장을 논한다. 모리시타 노리코의 동명 에세이를 영화로 옮겼다.

1993년 대학생 노리코(구로키 하루 분)는 사촌 미치코(다베 미카코)를 따라 다케타 선생(키키 키린)의 다도 수업을 듣기 시작한다.

다도를 배우며 시간은 흐른다. 처음에는 실수투성이였던 노리코도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의 서로 다른 소리를 구별하는 등 다도에 적응해간다.

영화는 단순히 다도를 잘 하게 되는 노리코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만 치중하지 않는다. 흔들리고 고민하는 청춘 노리코의 삶으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노리코는 취직하고 결혼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미치코를 보며 자신의 인생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고민하고 불안해한다.

그런데도 다도 수업에는 빠지지 않는다. 취직 시험을 보기 전날에도, 실연을 당한 날에도 노리코는 다도를 한다. 다도와 함께 한 수많은 시간과 계절의 흐름 속에서 노리코는 성장한 자신을 발견한다.

이쯤에서 ‘매일매일 좋은 날’이라는 영화 제목도 마음에 와닿는다. 매일 같은 차와 손님이라고 해도 매번 같은 만남은 아니기 때문에 소중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지난해 타계한 일본의 ‘국민 엄마’ 키키 키린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꼰대’처럼 충고를 늘어놓지 않으면서도 노리코에게 기댈 수 있는 어른이 되어주는 다케타와 키키 키린이 겹쳐 보일 때면 먹먹함도 느껴진다.

큰 슬픔에 고통스러워하는 노리코를 “자책하지 말라”고 위로해주는 다케타를 보고 있자면 이것이 키키 키린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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