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명본 스님

▲ 명본 스님

새해를 맞은지 2주일이 지났다. 음력 1월1일인 설날은 22일 남았다. 올 한해를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기에 아직 늦지 않은 시간이다. 희미해져가는 새해 결심들을 다잡아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회는 혼탁하고 경제는 위기다. 살기 힘들다며 곳곳에서 한숨이 새나온다. 우리는 행복을 추구한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다. 행복한 한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지 묻고자 울산의 주산인 함월산에 자리잡은 백양사 주지 명본스님을 찾았다. 스님은 불교철학을 바탕으로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두루 진단하며 명징한 해법도 내놓았다.
사람 중심 사고로 나누고 살면
사회의 대립·갈등은 절로 줄어

△우리 사회가 양분됐다. 옳고 그름이 분명한 일조차 이념적 갈등에 의해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

“무엇을 고찰할 때는 그것을 바라보는 방향이나 생각하는 입장, 즉 관점(觀點)이 있기 마련이다.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도 관점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관점적으로 잘못된 측면이 있다. 사람을 중시하는 민주주의라는 근본적 철학은 잊어버리고 그 방법에 불과한 자본주의에만 집중한다. 돈에 매몰돼 있다는 말이다. ‘촛불’의 진정한 의미는 사람을 우선시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을 우선시하니까 돈이 안된다는 질타가 쏟아진다. 물론 어려울 때는 돈도 벌어야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에도 단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1단계 자본주의를 넘어섰다. 학력·자산·유산 등으로 미뤄 큰 폭의 경제적 성장은 어렵다. 이제 사회적 환원까지 생각하는 2차 자본주의 단계다. 옆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준비가 돼야 한다. 그런데도 자꾸 더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원에 대한 철학적 부재다. 사람 중심으로 사고가 바뀌고 나눠 줄 마음이 생기면 대립과 갈등은 절로 줄어든다.”

마음을 정리해 여유를 만드는것
노력하며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무소유를 말하는 것인가.

“우리는 무소유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 무소유라하면 마치 모든 걸 버리고 자연주의로 돌아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책꽂이에 책을 정리하면 빈공간이 생기듯 마음도 정리를 해서 여유를 만들라는 것이다. 직관력이나 판단력도 정리가 돼 있을 때 생기는 능력이다. 욕심이 무언가. 노력 없이 많은 것을 가지려는 것이다. 옛말에 돈과 몸은 바꾸는 거라고 했다. 욕심을 버리라는 것은 결국 노력해서, 최선을 다해서 부지런히 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많은 사람들이 ‘100억만 있으면 일 안하겠다’고 한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100억 있는 사람치고 일 안 하는 사람이 있나. 60, 70년대 ‘근면·성실’이라고 써놓고 ‘부정·부패·투기’로 읽는 시절이 있었다. 부지런히 일하기 보다는 한방을 노리며 투기해왔던 그 세대들이 우리 사회의 중추세력이 됐다. 그들이 계속해서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화합과 소통이 안된다. 가치관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암기식 교육은 창의력 저하시켜
교육정책의 과감한 전환 필요

△가치관은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형성된 철학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가의 철학은 교육에 의해 만들어진다. 교육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한세대가 성장하고 축적되고 에너지를 발산하는데는 100년이 걸린다. 교육은 그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국이 향후 500년을 간다면, 광복 후 겨우 60여년이다. 100년 뒤를 생각하면서 교육철학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 그런데 교육정책을 짜는 사람들이 성적 위주의 교육을 받은 구태의연한 사고에 머물러 있다. 일본이 만들어놓은 암기식·서열화 교육으로는 창의력이 나올 수 없다. 다섯손가락 안에 못들어가면 바보로 취급하고 상위 10% 외에는 모두 방치하는 교육에서 어떤 미래를 예상할 수 있겠나. 불교에서는 만물이 그물코처럼 얽혀 있다고 본다. 연기(緣起)철학이다. 공(空)은 단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비움으로써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고 그것의 현대적 해석이 공공성(公共性)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교육철학이 필요하다.”

울산은 오래된 문화를 가진 도시
생태환경도시 넘어 문화 심어야

△‘인(In)서울’이 목표인 수도권 집중화도 문제다. 교육은 물론 정치·경제·문화 모두가 수도권 중심이다. 지방소멸을 걱정해야 할 단계다.

“지방에 교육과 문화가 보강되면 굳이 서울에 살 이유가 없다.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정책이 시급하지만 지방정부의 미래비전을 보는 역량의 한계도 문제다. 울산만 보더라도 아직도 울산광역시가 아닌 경남도 시절 울산시공무원에 머물러 있다. 현대자동차·중공업 등 대기업 덕에 세상 바뀌는 것을 몰랐다. 금융위기조차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승승장구하는 바람에 울산이 너무 안일했다. 부산만 해도 섬유산업이 망하자 컨벤션이니 영화제니 해서 3차산업에 온 힘을 쏟았다. 고급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지금의 해운대가 형성됐다. 마땅히 울산에서 열려야 할 자동차모터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문화·역사·관광이 산업인 시대다. 울산은 오래된 문화를 가진 도시다. 불교문화만 보더라도 부처의 사리를 모신 3개 사찰 중 태화사가 들어있었다. 신라시대 울산은 우리나라 문화의 관문이었다. 그런데 축적된 유산을 산업으로 덮어버렸고, 지금도 가만 묻어두고 있다. 생태환경도시를 뛰어넘어 문화를 심어야 한다. 그래야 울산이 산다.”

마음이 바뀌어야 환경도 변화
앞서려는 조급증에서 벗어나야

△많은 사람들의 새해 소망은 행복이다.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나.

“행복하려면 행복한 일을 해야 한다. 해가 바뀌었다고 환경이 바뀌지는 않는다. 마음을 바꾸어야 비로소 행복해진다. 첫째 행복의 조건은 멈추는 것이다. 달릴 때는 안 보인다. 내가 움직이면서 과녁을 맞히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반면 가만히 서서 움직이는 과녁을 맞히는 것은 의외로 쉽다. 마음도 똑같다. 멈춰야 내가 많이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 자리가 얼마나 좋은가가 마음에 들어온다. 욕심을 내고 너무 앞서 나가면 행복할 수가 없다. 우리는 중학생 자녀가 학교시험 한번 잘못치면 인생이 잘못된 것으로 치부한다. 조급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멈추어서서 나를 돌아보고 주위를 살피면서 다같이 행복하겠다고 생각하면 나도 행복해진다.”

강물 흐르듯 막히면 돌아가면 돼
긍정적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야

△멈춰라, 내려놓아라, 비워라라고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훈련방법이 있나.

“생각을 전환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생각은 두가지다. 좋은 쪽과 나쁜 쪽. 마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부정성에서 긍정성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긍정적 마음이 생겨야 마음이 열린다. 마음을 열어야 미래가 보인다. 강물이 흐르듯 막히면 돌아가면 된다. 힐링·명상·마음공부 등 용어들이 다양하지만 그 속의 키워드는 긍정이다. 별다른 훈련이 아니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전환, 그것만이 희망이다.”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사진=김도현기자

▲ 명본 스님

■명본 스님은
2015년 백양사에 온 명본 스님은 다섯형제 가운데 4형제가 출가한, 불연이 아주 깊은 집안의 넷째다. 불교는 물론 전통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서도 현대사회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인간심성에 대한 성찰이 깊은 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울산의 주산인 함월산의 산중사찰이었다가 주변 개발로 인해 도심사찰이 되어버린 백양사를 ‘도심과 맞닿은 산사로 뿌리내리게’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찰 내 불교교양대학 바로 옆 향전을 불자들의 쉼터로 내준 것도 그 일환이다.

-1987년 법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
-청하스님 계사로 사미계
-1993년 일타스님 계사로 구족계
-동국대 인도철학과·통도사 승가, 대학 동국대 대학원 졸업
-2009년 조계사 교무국장
-2012년 통도사 포교국장
-2014년 조계종 총무원 총무국장
-2015년 울산 백양사 주지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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