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군의원 해외연수 추태에 이어 울산시의회 의원들이 거짓 해외연수 보고서를 낸 것이 들통났다. 지방의원 추태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울산시의원들의 계속되는 거짓말에 시민들은 오히려 당혹해 하고 있다. 여기다 울산시의회 장윤호 의원과 손세익 주민자치위원장간의 폭행사건이 겹치자 ‘어쩌다 울산시의회가 이 모양이 되었는지’ ‘시의회가 하는 일이 뭐냐’ ‘시민의 대표가 맞냐’는 자조섞인 푸념이 부쩍 늘어났다.

울산시의회 의원들은 지난해 9월 싱가포르·말레이시아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그런데 그 보고서를 읽어보니 3년전 같은 장소에 갔다온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학생들의 리포트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의원들은 자신들이 썼다고 계속 우기고 있다. 증거가 명명백백한데도 시치미를 뚝 떼고 이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후안무치란 이런 경우에 쓰이는 말일 것이다.

정의당 울산시당은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들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는 시의회가 되어야 한다’는 제하의 자료를 배포했다. 정의당은 “울산시의회는 반성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증거들을 열거했다. 이어 정의당은 “적폐를 청산하라고 뽑아준 민의를 무시하고 기존의 구태와 관행을 답습한 울산시의원들은 시민들 앞에 사죄하고 혈세를 낭비한 외유성 해외연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시의원들의 해외연수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울산시의원들이 반성은커녕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고, 앞으로도 해외연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다. 시민들은 세금을 내고 시의원들은 해외에 나가 세금을 막 쓰는, 그래서 부실투성이 보고서를 내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계속 반복하겠다는 뜻이다. 울산지역 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고, 영세상인들이 장사가 안돼 점포세조차 못내 길거리로 내몰리는 이런 상황에서 연수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70.4%가 ‘지방의원 해외연수 전면금지’에 찬성했다. 특히 울산·부산·경남에서는 76.6%가 찬성했다. 이는 시민들의 뜻이다. 울산시민 10명 중 7~8명이 울산시의원들의 해외연수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데 시의회는 묵묵부답이다. 최소한 시민들에게 죄송하다는 공식 사과문이라도 발표할 줄 알았는데, 울산시의회는 여전히 반성의 기미가 없다. 앞으로는 적폐청산을 외치면서 뒤로는 적폐를 쌓는 이런 이율배반적인 모습에 시민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울산시의회의 이런 용기와 배짱은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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