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용석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새해엔 누구나 목표를 가지길 원한다. 그래서 새해에는 ‘이런 일들을 해야지’ ‘이런 것을 만들어야지’ ‘꼭 이것을 가지고 말거야’ 등 마음가짐을 달리한다. 다시 말해 새해란 새롭게 시작하는 또 다른 시작이기 때문이다.

한 해의 목표를 누군가는 다이어리에 빼곡하게 적어놓고, 누군가는 단지 그런 생각을 가슴에 새긴다. 목표를 세우는 방식과 그 간절함의 강도 또한 사람마다 다르다. 혹자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와 그 달성기한을 정하고 자주 그 목표를 되새김질해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면 세웠던 계획 중 이루어졌던 것의 대부분은 시간과 관련이 깊다. 그래서 사람들은 뭔가를 이루었을 때 ‘절묘한 타이밍’ ‘시간 배분을 잘 했어요’‘시기적절한 행동’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세상 모두에게 어김없이 1년 365일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고 말한다. 과연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는가? 어쩌면 동일한 시간 속에 살고 있다는 말과 동일한 시간이 주어진다는 말을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에서 현재에 머물러있기 보다 미래로 빨리 가고 싶어 하거나 아니면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동일한 공간속에 살아가지만 동일한 시대에 살아간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어 보이는 팍팍한 현실은 잠에서 일찍 깨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보다 잠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는 사람들을 늘어나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소위 ‘나도 어려운 가정에 태어나 피땀 흘려 자수성가 했다’라는 외침은 기득권자들의 독백처럼 들린다. 그뿐인가 깨어나라, 깨어나서 행동하라고 외치는 자기개발서는 난무하지만 정작 함께 살아야 하는 세상에 더 짙어지는 왜곡된 시간에 대한 반성은 없다.

왜곡된 시간에 대한 반성이 없다면 이른 아침부터 일했던 일꾼과 낮 12시, 오후 3시, 오후 5시부터 일했던 일꾼들에게 똑같은 1데나리온을 주는 어느 포도밭 주인의 배분방식을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이제 시간의 ‘ALL 개념’과 더불어 시간의 ‘EACH 개념‘이 우리 사회의 경제적 관점에 도입되어야 한다. 따라서 각자의 능력에 따라 일하고 각자의 필요에 따라 배분하는 존 러스킨 경제학에 대한 담론이 필요하다.

손용석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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