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한국수소산업협회 이사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지난 10일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쏠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키워드는 단연 ‘경제’였다. 귀중한 발표시간을 경제 분야에 절반 이상 할애한 것이나 경제, 성장, 국민 등의 단어들을 가장 많이 언급한 점에서 민생경제 악화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혁신이며, 추격형 경제를 선도형 경제로 바꾸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새로운 시장을 이끄는 경제는 바로 혁신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견문 낭독 후 2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는데 특히 두 지방 기자의 질의응답 장면이 뇌리에 깊이 남아 있다. 먼저, 수도권의 한 방송국 기자의 “현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꾸지 않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라는 단도직입적 경제 분야 질문에 대해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양극화, 불평등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지속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며 “기자회견 내내 얘기했기 때문에 더 이상 새로운 답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 변함없는 사람 중심의 포용성장 정책 추진을 암시했다.

다른 하나는 경상일보 기자의 북한 이슈 질문이었다. 시작부터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국정운영 기조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바로 경제라 했는데, 남북경제협력의 실질적인 지점이나 시기는?”라는 질문에 대통령은 “경상일보는 어디에 있습니까, 소재지가?” 되물어 경상일보가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에 있는 신문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또한 대통령 응답에도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남북경협은 시기를 놓치지 않고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남북경협이야말로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획기적인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면서 “울산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산업적인 역량들이 북한에 진출함으로써 울산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이 되고 북한경제에도 도움을 주는 어떤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는지 필요하다면 지자체와 미리 협의할 계획”이라고 화답한 점이다.

그렇다면 과연 ‘덫에 걸린 울산경제’의 돌파구는 어디일까. 꼭 남북경협 분야가 아니라도 좋다. 시간이 좀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데이터경제, 인공지능, 수소경제 등을 플랫폼 경제 3대 전략투자 분야로 지정한 정부정책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울산이 가지고 있는 최대 강점을 살려야 한다. 세계 어디에도 울산처럼 대규모 석유화학산업과 자동차산업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국내 전체 부생수소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수소차 양산시설을 갖춘 울산이야말로 수소산업 허브도시로서 최고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울산시는 2020년까지 수소차를 1000대 이상 보급하고 7개의 수소충전소 등 수소기반 에너지 허브도시로 키우겠다는 뚜렷한 비전도 있다.

수소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한 추진체계는 마땅히 정부가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정책의 효율적이며 연속적인 추진을 위해선 전문성을 갖춘 컨트롤타워로서 한국수소산업진흥원 설립이 매우 시급하다. 현재 수소충전소 및 수소차 보급 사업은 환경부, 고속도로 수소충전소 보급 사업은 국토부, 수소산업 연구개발 및 안전 분야는 산업부에서 각각 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배수진을 치고 울산이 ‘수소진흥원’을 유치해야 한다. 이미 2016년에 충남은 ‘수소연료전지차 부품산업 육성 예타사업’을, 작년에 대전은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 구축사업’을 확보했기 때문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이들 지자체 외에도 창원, 광주, 부산, 충주, 대구, 강원 등 전국에서 물량으로, 정치력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수소경제사회는 수소가 중심이 되어 환경문제와 에너지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는 사회다. 2002년에 세계적인 미래학자 리프킨 교수가 그렸던 미래 모습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탄소경제(석유경제)가 수소경제로 가는 길은 피할 수 없다. 수소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대통령의 응답에서 보듯이 울산경제에 활력이 되는 사업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울산은 혁신성장의 방향 설정과 속도 조절을 슬기롭게 조율해야 한다. 또한 실기하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음도 명심해야 한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한국수소산업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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