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과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가 16일 울산시청에서 개최한 ‘김해신공항 부·울·경 검증보고회’에는 한마디로 ‘동상삼몽(同床三夢)’의 셈법이 적용됐다. 부산은 가덕신공항 재추진, 울산은 김해공항확장 원칙고수, 경남은 언급 자제 등의 스탠스를 견지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지금과 같은 김해신공항은 안된다’는 일관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공동입장문에서 “국토부는 기존의 공항을 확장하는 것에 불과한 김해신공항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면서 “국토부가 이를 수용하지 못하면 국무총리가 최종 판정을 해달라”고 했다. 이들은 “미국·유럽 같은 중·장거리 국제노선 항공기가 취항할 수 있는 국제공항을 원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24시간 안전한 동남권 관문공항’을 제대로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해신공항은 동남권 관문공항이 될 수 없다’는 전제에 동의하면서도 여차하면 내놓을 수 있는 나름대의 해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이미 지난해 시장 선거에서 ‘가덕신공항 재추진’을 첫번째 공약으로 내세웠다. ‘가덕도’라는 지명조차 거론하지 않고 있지만 물밑의 ‘가덕도’ 패는 오거돈 시장에게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판단된다. 경남도 지리산권, 남부해안권, 중부권, 동부권 등 여러 장소를 타진하고 있다. 다만 동남권 관문공항을 어떻게 우리 지역으로 끌어올 것인가에 대한 셈법이 다를 뿐이다.

이 가운데 송철호 울산시장은 “울산시민은 과거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법의 신공항을 선택했다”면서 “시민 의사를 묻지 않고 혼자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송 시장의 이같은 언급은 ‘이 같은 상태의 김해신공항은 동의할 수 없지만 원칙적으로 김해공항 확장(김해신공항)은 이뤄져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해신공항 발표 당시 울산은 울산과의 거리, 교통 등을 충분히 감안해 정부안을 수용했다. 만일 김해신공항에 문제가 있다면 시설 확장성, 소음, 안전성 등을 대폭 보강하고 울산과 김해신공항간의 교통망을 더 보완하면 될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7년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056년 김해공항 항공수요를 2925만명으로 잡았다. 그러나 부산시는 지난해 1800만명이 이용했고, 2050년이면 38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울산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가급적 가까이, 그리고 빨리 갈 수 있는 공항이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에 김해신공항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지만 혹 김해신공항 백지화가 부산시측의 가덕신공항 재추진과 맞물려 돌아간다면 극히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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