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따라 지역 축제 폐지·통폐합
역사·전통 녹아든 축제 지속 계승
세계적인 축제로 유지·발전시켜야

▲ 심환기 전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

연초부터 울산의 문화·축제에 대한 각계의 관심이 뜨겁다. 일단 좋은 일이라 본다. 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관심은 도시역량을 한단계 높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잠시 120만 울산 축제가 무엇이고 얼마나 있는지 몇개를 열거해보자. 옹기축제, 고래축제, 처용문화제, 마두희축제, 쇠부리축제 등이 떠오른다. 필자의 문화예술에 대한 척박한 사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모두가 울산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대표하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최근 경상일보 사설에서는 ‘유망축제 하나 없는 울산, 자존감이 무너진다’라는 제하에 ‘축제는 종합예술이고, 경기를 북돋우고, 사람사는 재미를 듬뿍 느끼게 해주고, 화합과 소통의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삶의 근간’이라고 정의하면서 2019년 정부가 선정한 유망축제에 울산의 축제가 하나도 들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했다. 정부는 각 시·도에서 행하고 있는 수많은 축제 중 41개를 유망축제 등으로 선정해 예산지원을 하고 있다. 지역대표축제의 육성방안과 축제운영방식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울산시가 광역시로 승격한지도 22년이 됐다.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문화적 인프라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울산시 관계자들은 시민들과 함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혹시 즉흥적이고 단편적인 문화행정은 없었는지, 각 기관단체에서 이루어지는 엇비슷한 행사를 방관함으로써 예산낭비를 초래하지는 않았는지, 무수한 문화예술단체에 나눠먹기식 졸속지원으로 척박한 문화예술계의 갈등만 조장한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돌이켜보아야만 울산문화의 미래가 보일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사람이 바뀌고 정책이 바뀐다. 지역축제만 해도 정권에 따라 폐지 또는 통폐합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문화는 역사와 전통이 녹아들어 오랜 시간을 두고 성장발전을 지속한다. 일시적이고 즉흥적인 정책으로는 고유한 문화를 일구어갈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오랜동안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기존 문화·축제를 계승발전해나가면서 미래지향적이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접목, 후대에 물려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일 열린 ‘태화강 백리대숲 조성 시민대토론회’와 16일 열린 ‘울산고래축제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포럼’은 의미가 있었다. 새정부 출범 후 울산시의 문화·관광에 대한 새로운 움직임에 기대를 해보면서 문화정책에 대한 몇가지 제언을 하려고 한다.

첫째, 울산만의 문화·관광을 위한 인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울산의 많은 문화단체·기관의 수장을 대부분 외지에서 영입함으로써 연속성이 떨어지고 지역성과 독창성을 살리기에도 한계가 있다. 우선 지역 인재를 발굴해 적절한 대우와 재교육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울산시와 대학은 문화행정·예술경영 전문가양성을 위한 관련학과 신설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산업계가 산·학·연·관 교류를 통해 인력을 육성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처럼 문화예술분야도 비슷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늦었지만 올해부터 울산대학교 정책대학원에 문화예술 석사과정이 신설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본다.

둘째, 종합적인 문화·관광 행정을 관장할 전담조직이 필요하다. 울산문화재단이 있지만 그 규모와 행정력이 울산시의 한 과에 불과해 광역시의 문화행정을 총괄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고 제약요건도 많은 것 같다. 전문인력 및 조직의 확대로 명실공히 울산의 문화를 이끌어가고 발전시키는 조직이 돼야 할 것이다.

셋째, 관광산업을 발전시킬 관광공사의 신설이 필요하다. 울산에는 아름다운 경관의 산들과 동해바다가 있다. 도심을 가로지르며 백리길을 흐르는, 울산시민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보물같은 태화강도 있다. 이 빼어난 자연경관과 거기서 비롯된 문화를 미래 먹거리인 관광산업으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울산의 문화와 관광은 강과 산, 그리고 바다라는 삼각벨트를 중심으로 엮어나갈 때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런던에는 템즈강이, 프라하에는 볼타강이, 파리에는 세느강이 있듯이 울산 태화강도 문화와 관광으로 멋지게 포장해서 세계적으로 이름난 도시로 거듭날 것을 기대해본다.

심환기 전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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