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혁신형 공공병원, 어떻게 진행되나

지난주 울산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사업으로 약속한 ‘울산 혁신형 공공병원’이 민선 7기 울산시정이 그려온 청사진과 차이를 보이면서 다소 혼선을 겪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내용이 민선 7기가 중점을 둔 ‘지역거점공공병원’보다 ‘산재모(母)병원’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인데 정부의 최종안에 울산시가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 울산방문서 공언
“산재모병원 형태 공공병원”
정확한 해석·의미파악 나서
민선 6기 산재모병원과 흡사
민선 7기 공공병원과는 상충

29일 국무회의 결과에 주목
정부 제시안, 산재뿐 아니라
일반환자도 이용 가능 형태
울산외곽순환로 연장 대신
병원안 한발 물러섰단 분석

◇공공성 가미한 사실상 산재모병원

울산시는 지난 17일 문 대통령이 울산방문에서 공언한 ‘산재모병원 형태의 공공병원을 하면서 공공기능을 갖춘 병원을 예타없이 추진하겠다’는 문장에 대한 정확한 해석과 의미 파악에 나섰다.

시는 공공병원의 예타를 면제받았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만, 해석에 따라 공공병원의 형태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통령이 검토하는 ‘혁신형 공공병원’은 기능적인 측면에서 민선 6기가 추진한 산재모병원과 매우 흡사해 사실상 같은 사업으로 파악된다. 민선 7기가 원하는 혁신형 공공병원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산재모병원 건립사업은 2003년부터 지역 노동계 요구에서 비롯한 산업도시 울산의 숙원이었다. 2013년 1월 고용노동부의 산재모병원 설립방안 연구용역 결과 울산이 1위를 차지해 본격 추진됐다. 당시 시는 UNIST와 연계, 전국 산재병원 10곳과 산재관련 의료기관 16곳을 통합·관리하는 산재모병원으로 의료 시술과 국가 경제를 이끌 바이오메디컬 산업을 육성하려 했다.

그러나 지난해 발표한 예타의 경제성 평가에서 B/C(비용대비 편익) 기준점인 0.8~1에 약간 못미치는 0.73을 기록하면서 좌초됐다. 한달 뒤 민선 7기가 출범했고, 울산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혁신형 공공병원’ 설립으로 국립병원 유치전략을 전격 수정하며 발빠른 대응체계 구축에 나섰다.

민선 7기의 혁신형 공공병원은 열악한 울산의 의료환경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일반시민의 의료혜택 확대는 물론, 장애어린이 재활센터, 장애인 치과 등 민간병원에서 감당하기 힘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비전에 포함했다.

시는 500병상 규모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영병원 또는 보건복지부 주관의 국립병원 형태가 최적이라고 판단, 최근 정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다만 ‘산업재해치료 특성화센터’를 병원에 설치, 산재치료기능을 추가했다. 특수목적성이 없는 일반적인 형태의 공공병원은 정부가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그러나 정부는 산업재해를 전문으로 다루는 산재모병원을 시에 제시했다. 울산시는 즉각 반발하며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정부 입장 수용한 뒤 차후 공공성 확대 모색해야

울산시는 지역을 대표하는 공공 종합병원으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고, 산업재해 환자만 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가 절충안으로 모색한 게 산재모병원을 주로하되, 공공병원 기능을 첨가한 방안이다. 연구개발(R&D) 기능을 포함한 산재모병원을 확대한 개념으로 산재뿐 아니라 일반 환자도 이용할 수 있는 형태다.

산재모병원은 전임 시장이 주도한 사업으로 민선 7기 입장에서는 내키지 않는 형태다.

일각에선 울산시가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를 강동까지 연장(25.3㎞)하는 대신 혁신형 공공병원은 한발 물러섰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산재모병원과 울산시가 제출한 안을 적절히 혼합해 국무회의에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회의에서 병상의 규모와 진료과목 등도 조정된다. 결과에 따라 울산 혁신형 공공병원을 맡게 될 정부의 주무부처도 변경된다. 산재모병원의 성격이 강하면 보건복지부에서 고용노동부로 업무가 이관된다. 재원조달 방안도 10조원 가량 모아진 산재보상기금에서 마련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안을 적극 수용한 뒤, 증축 등을 통해 공공성을 확대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예타면제는 확실할 것으로 보이지만, 울산시에서 올린 안으로 결정될 지, 산재모병원을 기준으로 해 공공성을 가미할 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이달 29일로 예정된 국무회의 결과가 나와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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