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는 국립 문화복지시설이 하나도 없다. 지난 정부에서 국립산업기술박물관과 산재모병원을 대통령 공약으로 내세워 기대감을 잔뜩 높였으나 설왕설래 말만 무성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미래과학관과 공공형혁신병원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으로 임기 1년8개월을 보내고 있다. 정치적으로 전임자의 색깔을 지우기 위해 명칭만 바꾸는 것인지, 내용면에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해 그것을 개선한 새로운 시설을 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울산을 다녀간 뒤 국립병원이 또 오락가락이다. 문대통령은 “산재모병원 형태의 공공병원을 하면서 공공기능을 갖춘 병원을 예타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울산시가 그동안 추진해온 혁신형 공공병원과는 사뭇 다른 형태를 암시하고 있다. 문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분석하면 지난 정부에서 추진해오던 산재모병원과 이번 정부에서 공약한 공공병원이 혼합된 형태다. 울산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지난 정부와 이번 정부가 각각 추진하던 산재모병원과 공공병원의 단점이 적절히 보완된 말그대로 혁신형 공공병원이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정치적 이유로 혼란을 겪어온 국립병원의 정체성을 문대통령이 오히려 명확하게 짚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울산시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문대통령이 제시한 그대로 ‘산재모병원 형태의 공공병원’으로 목표를 수정하고 하루빨리 행정력을 갖추어야 한다. 사실상 일반 공공병원으로는 성공적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공병원은 의료수준이나 운영면에서 기대치에 못미치고 있다. 애초에 산재모병원은 전국 10곳의 산재병원과 산재관련 의료기관 16곳을 통합관리하는 산재전문 치료병원과 UNIST의 생명과학 연구기능을 접목한 바이오메디컬 산업 육성의 두마리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계획이었다. 여기에 일반인의 치료가 가능한 공공병원 기능까지 갖춘다면 세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우리나라 근대화를 책임지느라 공해와 산업재해에 찌들어 있음에도 공공병원 하나 없는 것이 울산의 현실 아닌가. 지난 정부에서 추진 중이던 산재모병원은 문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에서 혁신형공공병원으로 바꾸었다. 울산의 의료수준이 대폭 개선되고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기를 바라는 일반시민들의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행정상으로는 주무부처가 바뀌는 큰 일이다. 새롭게 보건복지부가 맡든, 산재모병원을 추진하던 고용노동부가 되든 이달 29일 열릴 국무회의에서 분명한 결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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