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보유국 선언’ 용인 안돼
완전한 핵폐기 통한 한반도 평화
韓·美·日·中의 공동 목표돼야

▲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월말로 정해졌다. 우리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역사적 전기가 다가온다. 북한이 핵실험을 계속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는 등으로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와 함께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핵 공격 능력까지 확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하고, 미국 또한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전략 자산을 총동원하며 무력시위를 벌이는 등 한반도는 한 때 전쟁의 공포에 휩싸였다. 그러한 막바지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개최되었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 발표됐다. 곧이어 6월에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됨으로써 북한의 핵무장을 우려하던 국민들은 이제 한시름 덜고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 북한과 평화 공존 및 공동 번영의 시대를 기대하였다.

하지만 냉엄한 현실은 기대와 달리 현재까지도 핵문제에 있어 한치의 실질적인 진전도 이루지 못하였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한 핵 무기의 영구적 폐기 확언 대신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 핵 확산 방지에 노력하겠다는 내심을 드러냈다.

이에 화답이라고 하듯 주일미군은 최근 홍보동영상에서 북한을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러시아와 함께 ‘핵보유 선언국’으로 소개하며 북한이 15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그래픽 자료를 보임으로써 미국이 북한에 대한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전단계라는 우려를 자아냈다. 아울러 최근 북한핵문제를 담당하는 미국의 한 관리는 미국은 미국의 안보와 이익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북미회담에서 북한 핵문제를 처리함에 있어서도 한국 등 동맹이나 국제사회의 이익보다 미국의 안보와 이익이 우선한다는 의미이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1월15일 핵무기 생산을 중단했다는 김정은 신년사에도 불구하고 위성사진 분석과 미국 정보당국의 자료에 의하면 북한은 지난 해 빠른 속도로 로켓과 탄두를 대량으로 생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전쟁도 불사하겠다면서 설정한 레드라인은 북한의 핵무기가 미국령 괌이나 미 본토에 도달하는 것은 막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사이에 북한의 핵무기를 미국으로 운반하는 ICBM의 개발 중지와 폐기 목표가 달성되면 핵 관련 제재를 완화하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묵인할 수 있다는 것이고 북한의 입장에서 제재 완화는 곧 제재 무력화로 이어질 것이고, 북한은 사실상 핵무장 국가로 남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할 것이므로 2월에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북간의 스몰 딜은 성사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나 김정은으로서는 나름대로 정치적 성과를 거두는 것이고, 나머지 문제는 모호하고 상투적인 정치적 문구로 포장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것이 현실이 되면 우리는 어떨까. 핵무장국과 비무장국간의 군사적 불균형은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는 간격이다. 우리가 매년 막대한 국방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고 방어적인 전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장이 사실상 묵인되면 미국의 핵우산에 의한 보호를 벗어나서는 북한과의 군사력의 균형은 불가능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권 환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다. 미국이 ICBM을 제외한 북한의 핵무장을 사실상 방치하면 우리는 북한 핵무장으로 인한 군사적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고 북한의 선의에 기대어 살아가는 핵 인질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수시로 한미동맹을 통한 미국의 핵우산의 존재가 확고한 지를 시험하고 미국의 태도가 모호하다고 여겨지면 언제든 우리에 대한 핵공갈을 강화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과 이미 전쟁을 경험했다. 김정은 위원장 부부의 미소에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 없는 것이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 앞에 우리는 ‘중재자’일 수 없다. 심각한 위협에 노출된 ‘당사자’로서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가 변함없는 한·미·일·중의 공동목표임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