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욱 울산대학교 대외홍보팀

베트남은 축구 함성만 요란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9일 오전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시내는 출근길 오토바이와 자동차 행렬에서 쏟아지는 엔진과 경적 소리가 가득했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일터를 향하는 베트남인들의 모습은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것처럼 열정적으로 보였다. 전기자동차가 화석연료를 대신한 탈것으로 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울산이 초소형 전기차 보급 거점국으로 해마다 6% 이상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베트남을 공략하고 있다. 우선 베트남에 진출한 뒤 6억2000만명의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베트남의 주요 교통수단은 오토바이로 등록대수만 4500만대에 달한다. 이에 따라 오토바이에서 발생하는 매연과 소음 문제가 심각하다. 울산에서 만든 초소형 전기차가 이를 대체한다면 수출시장 확보뿐만 아니라 환경문제 해결에도 큰 역할을 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가 된다.

울산에는 울산테크노파크 내 (주)TMM이란 기업이 있다. 우수한 성능과 디자인의 ‘울산형 초소형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울산시는 울산 공산품 수출을 위해 완성차뿐 아니라 기술·설비·인적자원 등 플랫폼 전체를 이식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울산의 거점대학인 울산대학교는 수출시장 개척을 위한 ‘중매인’으로 나섰다. 울산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서 베트남 정부 관료로, 또 대학교수로 활약하고 있는 베트남 국적 졸업생들을 인적 네트워크로 제공하고 있다. 수출이 성사되면 한 지역의 기업-지방자치단체-대학 연합 성공사례가 될 것이다.

실제로 울산형 전기차 수출 추진에 울산대를 졸업한 베트남 정부 관료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베트남을 찾은 울산대 방문단을 베트남 교통정책을 입안하는 정부기관에 적극 안내했다.

이에 따라 울산대 방문단은 베트남 국회 법무국 부국장과 베트남 정부 신재생에너지 관료들에게 초소형 전기차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인식시킬 수 있었다. 베트남 산업무역부 정책 책임자와는 전기차 인프라 구축과 관련한 협의를 하기도 했다.

하노이 소재 베트남 국립기계연구원 누이나임(Nuoi Narime)씨는 “베트남 국민 대다수는 차를 구매할 경제력이 없고, 또 정부로서는 천문학적인 재원이 들어가는 지하철 공사가 쉽지않기 때문에 초소형 전기차가 베트남의 대체 교통수단으로 각광받을 것”이라며 울산형 전기차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베트남의 지금은 1980년대 중반의 한국과 비슷하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미국의 팝, 드래곤볼·슬램덩크 등 일본 만화, 소니 워크맨 등 외국 문화가 유행했다. 지금 베트남에는 K-팝, 한국 드라마, 한국 자동차, 한국 휴대폰 등 한국 문화가 주류를 이룬다. 경제적으로도 1인당 국내총생산이 1980년대 우리와 비슷한 2400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베트남 현지에서 아들-아빠-딸-엄마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베트남이 울산형 전기차로 한국의 1980년대를 벗어나는 날을 그려보았다.

울산대학교는 외국인 졸업생을 네트워크로 한 수출 지원뿐 아니라 울산지역 중소기업의 수출시장 개척에도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울산대는 학부에 지역산업 맞춤형 교육과정인 글로컬마케터양성과정을 개설해 바이어 상담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울산지역 중소기업이 개발한 제품에 대해 교육을 받은 뒤 해외 바이어에게 기술을 설명해냄으로써 수출계약이 이루어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정이 신설된 2007년도부터 2017년도까지 8364만 달러의 수출계약 지원 실적을 올렸다.

실제로 국어국문학부 4년 김명준(25)씨는 해외박람회 제품기술 통역요원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지난해 9월 독일 ‘2018 함부르크 조선 및 해양기자재 전시회’에서 울산지역 선박용 엔진부품 생산업체인 (주)오션마린서비스의 제품을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설명해 13만달러의 수출을 성사시켰다. 이처럼 기업은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이 수출 지원에 적극 나선다면 지역경제가 훨씬 수월하게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박재욱 울산대학교 대외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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