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동구 전하동 e편한세상 아파트 앞 인도에 늘어선 불법노점 문제가 지역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시적으로 아파트 앞을 차지하고 있는 노점상은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기 마련이다. 인도는 지역주민들의 안전한 보행권을 위해 반드시 확보돼야 하는 공간이다. 보행권 침해는 물론이고 위생과 환경, 안전 측면에서도 인도 확보는 중요하다. 특히 언제든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대비해 비상통로로서 제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아파트 앞의 노점상은 인도를 반 이상 점령하고 있다. 일부 몇달째 노점을 펴지도 않은 채 짐을 쌓아두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공공장소를 특정 개인이 무단 점용함으로써 다수에 불편을 주고 있는데도 구청이 단속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주민들의 불만을 사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이 일대에 대한 도로개선사업이 시작되자 주민들은 더 반발하고 있다. 차도를 2m 줄여서 확보된 인도를 노점에 내주겠다고 하기 때문이다. 달리 생각해보면 노점상 단속이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대부분 노점상들은 생계를 위해 노점을 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이기 때문이다. 강력하게 단속했다가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구청의 고심을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행권 확보라는 대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인도는 사람들의 보행을 위한 공간이고,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인도는 매우 취약하다. 바닥을 이루는 보도블록은 대체로 울퉁불퉁하고 군데군데 배전함과 가로수가 차지하고 있어 자칫 한눈 팔다가는 걸려 넘어질 우려가 높다. 상가 앞의 인도는 물건이 나와 있거나 광고판들이 세워져 있기 예사고, 더러는 차량이 상시주차돼 있기도 하다. 공공장소라기 보다는 사유재산처럼 이용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다. 찻길과 보도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이면도로로 들어가면 불법노점상에게 아예 인도를 내주고 찻길로 걸어다녀야 하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차와 자전거, 보행자가 뒤엉켜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우리는 날마다 ‘안전’을 말하고 있다. ‘안전도시’를 추구하지 않는 도시는 없다. 그런데도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는 인도의 안전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인도를 보행자들에게 완전하게 돌려주는 것만으로도 안전도시에 가까워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더불어 한층 정돈된 깨끗한 도시로 거듭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보행권 확보를 위한 지자체의 관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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