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기관차에 물 채우던 ‘취수정’ 새 역사콘텐츠로 주목

▲ 울산시 중구 성남동 원도심 가운데 있는 구 울산역에 위치했던 증기기관차 시절 사용된 약 100년 전 취수정을 살펴보고 있다. 김경우기자

지표면 아래 취수정 ‘그대로’
급수탑에 물 공급하던 취수정
수십년전에 구획정리로 묻혀
과거 승무원들 구전으로 확인

원도심의 새 볼거리 기대감
옛 울산역 존재 알수있는 사료
성남취수정, 울산 유일 기록물
취수탑 부조화등 재조명 검토

21일 울산 중구 성남동의 한 골목. 단순 맨홀 뚜껑처럼 보이던 무거운 철판을 들어올리자 깊이가 가늠이 안되는 우물이 지하수를 머금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상부 목재 빔이 부식돼 있는 등 한눈에 보기에도 오래된 흔적이 역력했다. 100여년 전 성남동에 있던 최초의 울산역을 오가는 증기기관차가 달릴 수 있도록 물을 채우던 급수탑의 수원지 역할을 하던 취수정이었다.

울산 중구는 성남동 젊음의거리 한켠에 위치한 구 울산역 급수탑 수원지 일원을 원도심의 이색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을 추진중에 있다고 21일 밝혔다.

중구에 따르면 성남동에 위치한 옛 중부소방서 일대는 지난 1921년 울산에 기차가 들어온 최초의 ‘울산역’이 있었고, 1935년 학성동 철도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이어졌다.

1950년대 디젤기관차 등장 전까지 증기기관차가 철길을 누볐는데, 오래된 기차역 주변으로는 증기기관차에 물을 투입하는 시설인 급수탑이 설치돼 있었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경기도 연천역 급수탑, 경남 밀양 삼랑진역 급수탑, 경북 군위의 화본역 급수탑 등 관광 명소로 유명한 급수탑들도 1920~30년대 설치된 증기기관차 물 투입용 급수탑들이다.

이는 최초의 울산역이 위치한 성남동에도 있었다. 급수탑은 없어진지 오래전이지만 급수탑에 물을 공급하던 수원지 취수정은 이후 인근 주민들의 생활용수 용도로 사용되다 수십년 전 일대 구획정리 등으로 묻혔다. 다행히 지표면 아래 취수정은 약 100년 전 사용하던 그 당시 모습 그대로다.

▲ 취수정의 내부

이날 중구청 직원이 깊이 측정용 줄자로 확인한 우물 깊이만 약 4m90㎝로, 우물 지름은 1m30㎝ 정도로 파악됐다.

중구 관계자는 “과거 울산역 승무원들의 2세 분들의 기억과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구전들을 확인해 취수정의 존재를 알게 됐다”며 “중구 토박이라도 이곳 취수정을 아시는 분이 10명도 채 안된다”고 이곳 취수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에 중구는 약 100년 전 사용됐던 이곳 취수정을 우물 형태로 복원하고, 원도심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이색적인 공간이자 포토 명소로 탈바꿈하기 위한 사업을 검토중에 있다.

측량을 통해 공유(도로)부지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파악했지만, 인근 건물주와 임차인들에게 이미 동의를 얻어 중구 원도심의 또다른 볼거리로 조성하기 위한 절차를 조심스럽게 밟아가고 있다.

또 학성동에 있던 울산역 주변의 급수탑과 취수정이 사라진 상황에서 이곳 성남동 취수정은 울산에 유일하게 남은 기록물로, 원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옛 울산역의 존재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역사사료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취수탑의 부조 또는 이미지화를 통해 과거 역사와 관련된 장소임을 재조명하는 것도 검토중이다.

박태완 중구청장도 최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곳 취수정과 관련한 이야기를 꺼내며 높은 관심을 보인 바 있어 올해의 관광도시 울산 중구를 찾는 방문객들을 위한 새로운 역사문화콘텐츠가 탄생될지 기대를 모은다.

중구 관계자는 “성남동 젊음의 거리 자체가 옛 기차선로가 다녔던 곳이고, 또 다른 곳에는 당시 사용한 울산역 관사가 있다”며 “현재로서는 관련 부서들과 여러 고민을 하고 있는 단계이긴 하나 취수정 등을 활용해 스토리를 입힌 원도심의 또다른 이색 볼거리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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