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8시간 넘게 기다려도 번호표 못받아”

▲ 21일 울산시 남구가 지원하는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융자’를 신청하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울산신용보증재단 남울산지점 앞에 이른 새벽부터 긴 행렬이 이어져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300여명 긴 줄…10분만에 마감
남구 사업체수 비중 최고에도
지원규모 50억 불과 경쟁 치열
계단서 노숙·침낭 챙겨오기도
1번 받은 상인 24시간 대기해

“새벽부터 8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결국 번호표는 못 받고 대기자 등록만하고 갑니다.”

21일 오전 8시20분 울산신용보증재단 남울산지점 앞. 남구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본보 1월21일자 보도)을 신청하기 위해 전날부터 기다리고 있던 소상공인 300여명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울산신용보증재단은 대기인원이 많아 당초 계획보다 10분 일찍 시민들에게 번호표를 배부하고 대기자 등록을 받았다. 일부 직원들은 오랜시간 추위에 떨고 있는 상인들을 위해 핫팩을 나눠주기도 했다.

이날은 남구 경영안정자금 신청 첫날로 최근 침체된 지역경기를 반영하듯 여느때보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몰렸다.

지난해의 경우 남구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신청은 대기자 없이 2~3일간 진행됐지만, 올해는 10분도 안돼 마감됐다.

특히 남구는 울산지역 5개 구·군 중 사업체 수의 비중이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원규모가 50억원에 불과해 신청경쟁이 더욱 치열했다.

자영업자 A(50·달동)씨 부부는 신청일 전날인 20일 오후 2시부터 줄을 서서 12번 번호표를 받았다. 이들은 번호표를 받기 위해 울산신용보증재단 남울산지점 건물 계단에서 밤새 노숙을 했다. A씨는 “지난 9월 울산시 경영안정자금을 신청하려 오전 5시부터 줄을 섰는데도 결국 번호표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침낭까지 챙겨와 아내와 돌아가며 자리를 지켰다”며 “우리는 그나마 건물 안이라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우리보다 줄을 늦게 선 사람들은 건물 밖에서 밤새 기다렸다”고 말했다.

남구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1번 번호표를 받은 상인은 전날 오전 9시부터 줄을 서 무려 24시간을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한정된 경영안정자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21일 새벽 12시에 줄을 선 상인들조차 번호표를 받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울산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이날 남구 경영안정자금 상담 번호표를 받은 소상공인은 150명, 대기자로는 150여명이 등록을 했다.

번호표 배부가 끝나고 뒤늦게 재단을 찾은 상인들은 현실적으로 지원받을 가능성이 없어 대기자 등록조차 하지 못했다.

또한 이날 울산신용보증재단 본점에서 진행한 북구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60억원) 신청에도 전날 오후부터 100여명이 넘는 소상공인들이 몰려 대기줄을 이뤘다. 본점에서도 150명의 소상공인에게 번호표를 배부하고, 추가로 50여명의 대기자 명단을 작성했다.

울산신용보증재단 관계자는 “지난 2017년부터 지역경기가 악화되면서 매년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지원에 신청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신청이 끝난 상황이지만 지속적으로 문의가 들어와 2월부터 신청을 받는 울산시 경영안정자금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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