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만에 진화…피해 50억 추산

전국 다중이용시설 가동중단명령

정밀안전점검등 근본 대책 절실

▲ 21일 오전 9시26분께 울산시 남구 성암동 대성산업가스(주) 내 리튬이온 배터리 설비에서 불이 나 건물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화재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울산의 한 가스공장 내 대용량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불이 나 자칫 대형화재로 이어질 뻔 했다. 최근 몇 년 새 전국적으로 ESS 화재가 잇따르고 있지만 화재원인이 규명되지 않고 있어 정밀안전점검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울산시소방본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6분께 남구 성암동 산업용 가스생산업체인 대성산업가스 울산공장 내 ESS 설비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물탱크 소방차 11대 등 총 44대의 장비와 110명의 인력을 투입해 화재진압을 벌였고, 8시간만인 이날 오후 5시20분께 완전 진화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피해규모가 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소방서는 추산하고 있다. 가스 생산시설이라는 특성상 공장으로 불이 옮겨붙었을 경우 자칫 대형화재로 이어질 뻔 했다.

ESS는 심야시간에 전력을 충전했다가 전력비가 높은 낮 시간대 활용해 전기요금을 절약해 주는 설비다. 이 회사의 ESS는 4만6756㎾h의 용량에 리튬이온배터리로 이뤄졌고, 지난해 1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문제는 최근 수 년 새 신재생에너지 바람이 불면서 신재생에너지의 핵심시설인 ESS 설치가 급증하면서 ESS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중순께 충북 제천의 아세아 시멘트 공장 ESS에서 화재가 발생, 41억원의 피해가 난데 이어 이달 14일에는 경남 양산의 고려제강 양산공장 ESS설비와 전남 완도군 신지면의 태양광발전소 ESS에서 하룻 동안 2건의 ESS화재가 발생하는 등 지난 2017년 8월부터 최근까지 21건이나 발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8월부터 조사를 시작했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화재 원인이 나오지 않자,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일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전국 ESS 345개에 대해 가동중단 명령을 내렸다. 울산에서는 울주군청과 문수축구장 등 총 8곳이 포함됐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대성산업가스의 경우 다중이용시설이 아니어서 가동중단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울산지역에는 현대중공업과 SK이노베이션 등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공공기관 등 총 63곳에 ESS가 설치돼 있다. 이에 따라 ESS 화재에 대비한 정밀안전점검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현재 산업부에서 대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시 차원에서 별도의 대책은 아직까지 없다”면서 “다만 이번에 울산에서도 화재가 발생함에 따라 전수조사 등 현황 파악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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