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8일자 본보(1면, 5면)에는 깜짝 놀랄만한 울산의 옛 모습이 사진으로 실렸다. 지금의 울산초등학교 앞 번화가의 장날과 울산초등학교의 전신인 울산공립보통학교, 제2학성공원, 태화루라는 현판이 걸려있는 울산도호부의 객사인 학성관의 남문루 등. 일제시대 울산은 물론 조선의 생활풍속이 담겨 있는 1930년대의 정경이다.

 이 사진들은 울산 병영출신의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이문웅 교수가 본보에 보내온 것들이다. 서울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1천300여장의 유리원판 사진 중 일부로서, 일본의 사회학자이자 민속학자인 아키바 다카시가 1930년에서 1940년 사이에 촬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태화루 앞-울산장날’(1면)의 경우 지난 해 12월20일부터 1월5일까지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삶 자취 사진: 유리원판 사진 특별전’에도 소개됐던 대표적 사진이다. 지금의 시계탑사거리~울산초등학교 앞 일대가 촬영장소로서 초가로 뒤덮여 있는 거리, 옷차림, 머리, 지게, 생활용기 등 당시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엿 볼수 있다.

 이 교수의 덕분으로 울산의 과거사를 일부나마 사진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이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 서글프다는 생각을 동시에 갖지 않을 수 없다. 울산의 경우 지방사와 관련한 인문학적 사료가 상당히 부족하다. 특히 역사성, 현장성, 사실성, 기록성, 생활상 등을 수용하고 있는 사진자료는 전무한 실정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자료도 1960년대 이후의 것들이다. 그 전의 것들은 "울산·울주 향토사", "울산상의 20년사" 등의 책을 펼쳐야 겨우 몇 점 정도 만날 수가 있다.

 울산같이 급격하게 변화된 도시에서 과거사를 사진으로 정리해 놓지 않았다는 것은 시 당국의 문화정책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개발과 발전의 논리에만 집착해 훼손하고 파괴된 현장의 사전 모습을 보존할 계획조차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뒤늦게나마 울산시가 "사진으로 보는 울산의 발전사"를 통해 60년대에서 70년대의 모습을 한 권의 책으로 펴낸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930년대의 울산관련 사진을 보면서 우리는 울산의 과거사를 찾는 작업에 울산시가 적극 나서주기를 희망한다. 110만 시민을 상대로 "사진으로 보는 울산의 생활상"을 공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방화 시대에 지방의 변천사를 사진만큼 정확하게 함축하고 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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