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탑 접근성 높일 연결로 왜 없나
꿈 꾸지 않는 청년들로 가득찬 사회
무지개다리로 꿈과 현실 연결해줘야

▲ 김성열 울산과학대 교수 컴퓨터정보학부

‘하고 싶은 것을 정해 보자.’ ‘뭐가 되고 싶은지, 원하는 것이 뭔지 생각해 보자.’ 필자가 학생들에게 자주 했던 조언이다. ‘하고 싶은 것(꿈)’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에 정한 학생들은 그에 걸맞은 노력을 하고, 훗날 자신의 꿈과 같거나 비슷한 위치와 영역에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학생들에게 하는 조언이 ‘이것 먼저 해 보면 어떨까’ ‘이것부터 해 보고 생각해 보자’로 바뀌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요즘 학생들이 꿈을 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취 여부와 관계없이 원하는 것을 말해 보라고 해도 말하지 못한다. 노력하지 않을 허황된 꿈을 이야기할 수도 없고, 본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알 수 없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야 한두 가지 문제에 기인한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안정된 직장(?)만이 자신의 꿈이 되어버린 청년들로 가득한 세상에 우리는 살게 되었다.

얼마 전, 우연찮은 기회에 남구 신정동의 공업탑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산업수도 울산을 기념하는 탑, 그것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로터리교통시스템 정도가 내가 아는 공업탑에 대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업탑이 있는 잔디광장에 들어선 순간 평소 내 생각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첫 번째는 지나치면서 막연하게 짐작했던 로터리 내부 면적의 크기가 달랐다. 두 번째는 그 안에 담긴 내용의 크기가 달랐다. 나만 몰랐던 것일까. 왜 몰랐던 것일까. 탑을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는 조경수는 사람의 발걸음을 허용하지 않도록 잘 정돈되어 있었다. 높은 곳에서만 내려다 보아야 하는 것인가. 왜 이렇게 두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아쉽게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울산시민으로서 인식하고, 취할 것과 버릴 것을 논의할 수 있는 역사의 콘텐츠인 공업탑이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섬이 돼 있다. 난데없이 로터리 중심에 차를 세워놓고 습격하듯 들어가야 하는 장소는 분명 아닐터인데, 접근성을 높일 방법을 강구해야 할 듯하다. 울산박물관에 들렀다가, 울산대공원에 들렀다가, 주변에서 식사를 하다가, 울산에 여행을 왔다가, 언제나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 알고 보니 모 건축가가 몇 년 전 로터리를 따라 도는 스카이워크(Sky Walk)를 제안했다고 한다. 스카이워크가 너무 거창하다면 인근 건물과 연결하는 무지개다리는 가능하지 않을까. 우연히 공업탑에 첫발을 들여논 비전문가로서의 생각이다.

2년 전인 2016년 초,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와 그의 친구들은 ‘제4차 산업혁명(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이라고 잘 이름지은 화두를 세상에 던졌다. 우리는 기다렸다는 것처럼 움켜쥐었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막연한 기대감과 함께. 하지만 생겨난 일자리보다 더 많이 사라지는 일자리와 경험하지 못한 속도의 충격을 우리 청년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 보아야 하는 부분이다. 청년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하기 전에 꿈을 꾸기 어려운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정책과 제도가 절실하다. 그 정책과 제도가 청년들의 꿈을 현실로 연결해주는 무지개다리가 될 때 비로소 청년들이 꿈을 꿀 수 있는 것이다.

공업탑로터리 무지개다리를 만들자는 나의 공상을 실행하려면 도로법 때문에 안 되고, 건축법 때문에 안 되고, 정치적 문제로 안 되고, 역사문화적 이유로 안 되고, 안해봐서 안 되고…라고 안 되는 이유가 수두룩 등장할 게 뻔하다. 먼저 내 마음 속에 사고의 전환을 불러일으키는 무지개다리를 놓지 않으면 ‘안 되고’를 벗어나기 어렵다. 움켜쥔 것에 끌려갈 것인지, 끌어당길 것인지는 우리의 생각과 그에 따른 행동으로 결정된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해 나가는 청년들이 비로소 새로운 것을 꿈꾸고 새로운 도전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를 대표하는 창업주들의 도전정신과 그들의 이야기가 공허하게 들리지 않도록 우리의 것을 만들어 가는 무지개다리를 놓아주어야 할 때다.

김성열 울산과학대 교수 컴퓨터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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