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서영 동평초등학교 교사

학년 초 학급에서 학급문고 구성을 위해 재미있게 읽은 책 1~2권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대부분 만화책이나 유명 애니메이션 관련 책으로 학부모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았거나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사주었던 책들이었다. 흥미 위주의 독서에 빠진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만화책은 읽기의 재미를 알려주고 속독이 가능하며, 사실 위주의 정보를 습득하기에 좋지만 지속적으로 권장할 책은 아니다. 책은 책이니까 안 읽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지속될 경우 책을 쉽게 읽고 대충 읽는 습관이 생긴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호흡이 길거나 행간을 읽어야 하는 내용이 많아지는데 그러한 책은 정독이 어려워 피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복잡한 사고를 싫어하게 되고 어휘력과 이해력 신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독서는 양질의 책을 찬찬히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서교육에 활용하는 ‘인문고전 읽기’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여러분 이번 겨울방학 숙제는 박물관 체험하기와 1월 인문고전 ‘플랜더스의 개’ 읽기 입니다. 방학 동안 여유 있게 읽어보고 가족들과 소감을 나누어 보세요.”

겨울방학식날 본인이 지도하고 있는 1학년 학생들에게 내어준 겨울방학 숙제 이야기다. 동평초에서는 교장선생님의 강력한 의지에 중장기 계획으로 인문고전 읽기가 추진되고 있다. 6개 학년이 1년에 12권의 인문고전 목록을 선정하여 한 달에 1권씩 인문고전을 읽고 있다. 학교 도서관에 인문고전 읽기를 위한 72종, 1800여권의 책이 구비되어 있다. 1개 반이 동시에 같은 인문고전을 읽을 수 있어 독서 전, 중, 후 활동을 진행하기 좋다. 학년별 인문고전 목록은 학년 교육과정, 사서 선생님과 담임교사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정하는데, 몇 권 소개하면 1~2학년 ‘호두까기 인형’ ‘플랜더스의 개’, 3~4학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옹고집전’, 5~6학년은 ‘난중일기’ ‘모모’ 등이 있다.

우리반에서는 1학년 학생들의 인문고전 읽기 정착을 위해 함께 읽기, 돌려 읽기, 선생님과 읽기 등 다양한 읽기를 시도하였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직접 읽어주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데 등장인물에 따라 목소리를 달리 표현하면 더욱 몰입한다. 그런 아이들 모습에 내가 더 신이 나서 읽은 경우가 많다. 다만 소리 내어 읽어 주기는 상당한 체력을 소모하므로 5분 내외로 한다. 이후 15분 내외를 스스로 속으로 읽기나 다른 친구들에게 방해를 주지 않으며 작게 소리 내어 읽기를 진행한다. 이렇게 한 달에 한 권을 주로 아침 자습 시간 20분을 활용하여 집중적으로 읽는다.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는데 무엇보다 여유를 가지고 읽는 것이다. 천천히 읽으면 아이들이 함께 호흡하는 것을 느끼게 되며, 아이들도 선생님과 함께 문장을 이해한다. 어려운 단어나 문장은 적절한 비유나 설명으로 알려준다. 그러면 각자가 이해한 내용을 책에서 본 상황이 되면 비슷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각자의 이해와 상상력을 끌어내어 글의 내용을 생활 속에서 표현하는 것이다.

방학이 끝나가는 시점이지만 새학년 새학기를 준비하며 부족했던 체력과 학력을 신장하는 것과 더불어 독서력을 키우기 위해 인문고전 한 권을 올바르게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김서영 동평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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