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치환된 ‘땀·음식물쓰레기·화폐’

▲ 김등용 작가는 과일집에서 땀을 흘리고 이를 모아 작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김등용 작가
몸에서 배출되는 ‘땀’에 관심
소금성분 이용해 작품 만들어

김순임 작가
먹은 후에 남겨지는 것 주제
과일껍질 등으로 드로잉 완성

정재범 작가
화폐 의미 탐구하는 작업 진행
의미와 가치 끌어내려 노력

캠퍼스에 마련된 실험실에서 한 예술가가 땀을 흘리고 있다. 땀복을 입고, 텐트 속에 들어가 난로를 쬐고 있는 그는 이렇게 흘린 땀을 모으고 말려 ‘소금’을 추출한다. 불편하고 찝찝해 씻어버리기 바빴던 땀에서 나온 소금은 예술가의 손에서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UNIST는 28일부터 과일집(125동)에서 ‘사이언스월든 과학­예술 레지던시’ 결과물을 전시한다. 1월 한 달간 김등용, 김순임, 정재범 3명의 작가가 캠퍼스에서 먹고 자며 만든 작품을 선보이고 설명하는 자리다.

▲ 김순임 작가는 과일껍질, 차 찌꺼기 등을 이용해 드로잉을 제작했다.

작가들은 각각 땀에서 추출한 소금, 먹고 남은 껍질이나 찌꺼기, 주변에 흔한 동전 등을 소재로 삼아 작품을 제작해왔다. 이들 작품은 UNIST 사이언스월든 센터가 연구하고 있는 ‘똥본위화폐’와 ‘순환경제’를 예술가의 시선으로 해석해 표현한 것이다.

김등용 작가의 작품은 버려지는 것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특히 몸에서 배출돼 버려지는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그는 ‘땀’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직접 땀을 흘리고 이를 모아 증발시켜 추출한 소금 등의 성분을 재료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땀을 흘리는 것은 보통 불편하고 불쾌하다고 생각한다. 땀을 흘리고, 땀에서 추출한 소금 성분을 이용한 작품 활동을 진행하면서 불편함 속에 담긴 가치와 의미를 발견해보려 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마찬가지로 버려지는 것에 관심을 가진 김순임 작가는 먹은 후에 남겨지는 것을 주제로 삼았다. 그녀가 그려낸 드로잉의 재료는 차를 우리고 남은 잎, 과일껍질, 커피 찌꺼기 등 평소 ‘음식물쓰레기’로 불리는 것들이다.

김순임 작가는 “사이언스월든 센터의 연구는 그동안 의미 없이 버려지던 것을 되살리고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이라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며 “우리가 먹고 남은 것들 또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면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정재범 작가는 화폐의 의미를 묻는 작업을 하고 있다. 화폐가 놓치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정재범 작가는 화폐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전, 지폐 등 우리 주변의 화폐들에 담긴 상징과 의미를 깊이 있게 살펴보고 이들 화폐가 놓치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정 작가는 “현대의 화폐는 값싼 금속이나 섬유 위에 새겨진 상징만으로 욕망의 대상이 되는 기묘한 존재”라며 “화폐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의미를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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