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인프라·중기 업종 전환 지원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 등을 통해
수소경제사회로 성공적 도약 기대

▲ 이창기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장

지난 주 문재인 대통령이 울산을 방문해 울산을 수소경제 선도도시로 조성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대규모 액체화물 및 압축가스 저장시설을 갖추고 있고 세계 최초 수소상용차 공장이 가동되고 있는 울산을 2030년까지 전세계 최고의 수소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창원, 광주, 충주 등 다른 도시들도 수소산업 추진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울산에 주도적인 역할이 부여돼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로드맵이 구상대로 실현된다면 울산은 새로운 미래주력산업을 갖추게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50년에는 수소전기차가 전세계 차량의 17.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맥킨지 보고서도 국내 수소산업이 2050년까지 환경오염 30% 저감, 전체 에너지 수요의 20% 담당, 고용 60만명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수소 시장규모를 70조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수소산업은 울산에 새로운 성장동력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2013년 수소전기차가 국내에 첫 선을 보였을 때 1억5000만원에 달하는 가격으로 경제성 확보가 어려웠으나 현재는 기술발전 및 보조금 지원을 통해 절반 이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되었고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등 기능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지구 온난화 및 미세먼지 등 환경 이슈가 점점 커지는 지금, 수소산업은 온실가스를 감축시키고 대기 정화에 탁월한 효과(수소전기차 1000대의 운행은 6만 그루의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수소경제사회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한 한국은행 울산본부도 지난달 4일 울산테크노파크와 함께 ‘수소경제와 울산의 지속성장’ 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울산시, 시의회, 국회의원 등 많은 관계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수소관련 기초연구 등에 대한 투자와 차별화 전략, 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 등 수소사회 실현 중장기 비전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높은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인프라 및 관련 정책·제도 정비가 불충분함이 지적되었으며 동 산업 육성에 필요한 법제 기반 구축이 시급함에 공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보다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도 있다.

첫째, 수소시장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동 사업 추진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제공해야 한다. 수소산업은 초기 비용의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소, 수소 생산·판매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초기의 투자 위험을 공동으로 나누어 부담할 수 있도록 정부 및 지자체에서 수소산업 촉진 계획 및 유용성, 안전 등에 관한 홍보를 지속해야 한다. 또한 현재 가격 구조로는 민간사업자가 동 사업에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함에 따라 초기 적자를 감당할 수 있도록 운영비 지원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지역 중소기업들이 수소전기차 부품 및 연료전지 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거나 업종전환을 할 수 있도록 저변확대지원(연구개발비 지원 등)을 해야 한다. 특히 현재 40%정도에 불과한 수소충전소 핵심기술(압축패키지 및 디스펜서)의 국산화율을 높여 수익성을 제고해야 한다. 관련 부품들은 주로 고압환경소재로 이루어져 있어 선박부품과 유사한 측면이 많기 때문에 조선업을 주력산업으로 하고 있는 울산이 강점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수소산업이 규모의 경제를 가지게 되어 발전 속도가 빨라질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수소전기차 보급확대에 힘써야 한다. 현재 2022년까지 수소충전소 310기, 수소전기차 6.5만대 보급을 목표로 하는데 이럴 경우 충전소에 비해 수소전기차 보급이 부족해 충전소 수익 유지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수소전기차 보급량 확대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현재 외곽지 위주로 건설되고 있는 수소충전소가 해외의 사례와 같이 주거 및 상업지역에도 건설되어야할 것이다. 아울러 수소전기차에 대한 수요 확보를 위해 공유경제, 신규플랫폼 등에 대한 투자도 병행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과제가 있지만 우리의 수소전기차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며 정부 및 지자체의 지속적인 지원과 함께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연설에서와 같이 성공 DNA를 보유한 산업수도 울산이 수소경제사회로의 성공적 이행을 통해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판을 다시 열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이창기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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