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현 감독 소설서 영감
실제 인물 녹여…30일 개봉

▲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민경의 험난한 겨울나기를 담담하게 쫓는 영화 ‘이월’의 한 장면.

이달 30일 개봉하는 영화 ‘이월’의 주인공 민경(조민경 분)은 2월을 닮았다. 겨울도, 봄도 아닌 계절을 딱히 규정할 수 없는 묘한 캐릭터다.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밉상인데도, 처지가 하도 딱해 미워할 수도 없다. 측은한 마음이 앞서지만, 그렇다고 곁에 두기는 꺼려지는 ‘이상한 아이’다.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한 김중현 감독은 김훈 단편 소설 ‘영자’에서 영감을 받았다. 노량진에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구준생’의 애환을 그린 소설처럼, 영화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민경의 험난한 겨울나기를 담담하게 쫓아간다.

영화는 민경이 아르바이트하던 만둣집에서 도둑으로 몰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모멸감과 분노로 가게를 뛰쳐나오지만, 집에 가서는 속옷에 숨겨둔 돈을 꺼낸다.

민경은 노량진에서 도둑 강의를 듣다가 수강증 검사를 한다는 말에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월세로 살던 반지하 방에서는 보증금마저 까먹어 쫓겨날 처지다. 애인인지, 고객인지 애매한 관계인 진규(이주원)와는 하룻밤을 보낸 뒤 평소보다 돈을 더 많이 요구한다.

김 감독은 실제 겪었던 여러 인물을 민경 캐릭터에 녹여냈다. 그는 “어렸을 때 우리 어머니가 민경 같은 인물에 모욕당하고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 분노했었다”면서 “그 당시에는 이해가 안 됐는데, 어느 순간 이해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경은 상처받고 싶지 않아 상처를 먼저 주는 인물이자, 자존감이 낮다는 것을 보여주기 싫어서 자존심을 세우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극 중 인물들은 민경의 처지와 다를 바 없다. 부유하지만 목숨을 끊으려는 친구, 아내 없이 아들과 살면서 성매매를 하는 진규, 엄마가 없어 혼자 라면을 끓여 먹고 설거지를 하는 7살 성훈까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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