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지난 23일 대왕암공원조성계획(변경)수립 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용역의 핵심은 복합문화관광호텔이다. 대왕암공원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국내 최고의 해양관광지다. 그러나 대왕암공원은 그런 절경을 끼고 있으면서도 호텔 하나 없는 지나가는 관광지로 방치돼왔다. 이번 용역에서 복합문화관광호텔이 어디에 어떤 형태로 구상될지 자못 귀추가 주목된다.

호텔은 관광지의 앵커시설이다. 이런 앵커시설은 규모와 내용 면에서 다른 도시를 압도하지 않으면 졸속으로 끝날 수 있다. 그런면에서 대왕암공원에 들어설 호텔은 문화, 관광, 숙박, 마이스(MICE) 등의 복합시설이어야 하며, 규모 또한 일산해수욕장, 대왕암공원, 슬도, 방어진항, 방어진 근대문화거리, 울산대교 전망대까지 섭렵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대왕암공원의 호텔은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석유화학단지까지 두루 수용할 수 있는 마이스의 중심이어야 한다. 마이스(MICE)란 회의(meeting), 인센티브 여행(incentive tour),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 등 4개 비즈니스 분야를 말한다.

또 대왕암공원의 호텔은 동구의 문화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전시와 공연, 이벤트 등이 항시 열리는 상설 문화예술회관의 역할을 겸해야 한다. 이 복합문화관광호텔은 해외 바이어들의 관문이자 정보교류의 구심점이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울산의 문화상품을 유통하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 대왕암공원은 기업과 관광자원, 문화예술 등이 한데 어우러진 지역경제의 토대가 될 수 있다.

대왕암공원의 호텔이 이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의 비경을 갖추고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다 대왕암공원과 연결돼 있는 일산해수욕장의 넓은 백사장과 수백년 묵은 송림, 먼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바위섬, 기암절벽, 몽돌밭 등 어느 하나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다. 특히 최근 검토하고 있는 일산해수욕장~대왕암공원간 1.5㎞의 해상케이블은 울산관광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대왕암공원과 연결돼 있는 슬도는 비파소리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고, 이어진 방어진 골목은 근대문화유산들이 즐비한 삶의 현장들이다.

울산시는 이번 용역에서 옛 교육연수원 부지를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이나 리조트를 지으려면 먼저 공원부지에서 제척하는 작업을 해야하는 등 많은 일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시적인 성과에 매달려 바늘허리에 실을 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일이다. 정확하게 보고 천천히 나아가는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침착함을 송철호 시장에게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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