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은 관광지의 앵커시설이다. 이런 앵커시설은 규모와 내용 면에서 다른 도시를 압도하지 않으면 졸속으로 끝날 수 있다. 그런면에서 대왕암공원에 들어설 호텔은 문화, 관광, 숙박, 마이스(MICE) 등의 복합시설이어야 하며, 규모 또한 일산해수욕장, 대왕암공원, 슬도, 방어진항, 방어진 근대문화거리, 울산대교 전망대까지 섭렵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대왕암공원의 호텔은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석유화학단지까지 두루 수용할 수 있는 마이스의 중심이어야 한다. 마이스(MICE)란 회의(meeting), 인센티브 여행(incentive tour),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 등 4개 비즈니스 분야를 말한다.
또 대왕암공원의 호텔은 동구의 문화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전시와 공연, 이벤트 등이 항시 열리는 상설 문화예술회관의 역할을 겸해야 한다. 이 복합문화관광호텔은 해외 바이어들의 관문이자 정보교류의 구심점이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울산의 문화상품을 유통하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 대왕암공원은 기업과 관광자원, 문화예술 등이 한데 어우러진 지역경제의 토대가 될 수 있다.
대왕암공원의 호텔이 이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의 비경을 갖추고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다 대왕암공원과 연결돼 있는 일산해수욕장의 넓은 백사장과 수백년 묵은 송림, 먼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바위섬, 기암절벽, 몽돌밭 등 어느 하나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다. 특히 최근 검토하고 있는 일산해수욕장~대왕암공원간 1.5㎞의 해상케이블은 울산관광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대왕암공원과 연결돼 있는 슬도는 비파소리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고, 이어진 방어진 골목은 근대문화유산들이 즐비한 삶의 현장들이다.
울산시는 이번 용역에서 옛 교육연수원 부지를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이나 리조트를 지으려면 먼저 공원부지에서 제척하는 작업을 해야하는 등 많은 일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시적인 성과에 매달려 바늘허리에 실을 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일이다. 정확하게 보고 천천히 나아가는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침착함을 송철호 시장에게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