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25일 ‘2018년 임단협’ 마무리를 위한 조합원 총회를 갖는다. 4사1노조로 인해 지난 7일 최종 잠정합의를 해놓고도 18일이나 기다린 끝에 열리는 ‘찬반투표’다. 마지막까지 끌어오던 4사 중 하나인 현대일렉트릭 노사가 지난 23일 교섭에서 해고자 복직 문제에 접점을 찾아 잠정합의를 이룸으로써 명절 전 타결에 대한 울산시민들의 기대감이 높다. 현대중공업의 노사협상 결과는 지역경제, 특히 설대목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민감하기 때문이다.

회사측의 입장에서보면 이번 노사협상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했다고 할 수 있다. 잠정합의안을 마련하기까지 8개월여 동안 28차에 걸친 교섭을 했을 뿐아니라 잠정합의로부터 총회개최까지 또 한 달 가까이 걸렸다. 내용면에서도 회사측은 ‘1000여명의 유휴인력 고용 보장’ 등 통큰 양보를 했고 이어 유래가 없는 수정 잠정합의 요구도 대승적으로 수용했다. 게다가 현대중공업에서 분할된 4개사가 모두 잠정합의할 때까지 다시 보름여를 기다렸다. 협상과정이 험난했던 만큼 상대적으로 노조의 요구가 많이 반영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에 있어 올해는 새로운 도약을 향한 원년이나 다름없다. 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체질을 강화한데다 때마침 글로벌 조선·해양 경기도 회복세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조선업계로서는 모처럼의 훈풍이다. 이 봄바람에 꽃을 피우지 못하면 기회는 영원히 사라질 지도 모른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고 했다.

조선·해양업계의 노사관계는 수주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수주를 늘리려면 선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고, 선주들의 신뢰는 노사화합에서 비롯된다. 현대중공업의 호황기 경험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다. 국내 모든 조선업체 노사는 임단협을 매듭짓고 이미 불황 극복에 나섰다. 국내는 물론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가졌던 현대중공업이 혹여 ‘잠정합의안 부결’이라는 복병을 만나 그들의 뒤를 좇아가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할까 걱정이다.

양보 없는 협상은 없다. ‘부결하면 더 나오겠지’하는 막연한 기대 심리를 가질 때가 아니다. 이번에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 수년만에 돌아온 조선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자칫 설을 넘기면 장기화도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이미 내놓을만큼 내놓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임단협도 3개월여밖에 안 남았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올해 만회하면 될 일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대목 경기를 기대하는 울산시민들에게 ‘현대중공업의 임단협 타결’은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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