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작 일기예보등 12편 담겨

밥솥등 일상적인 소재 사용해

독자들 공감 불러일으켜 눈길

2012년 아시아황금사자문학상 우수작품상을 받은 윤혜령씨가 첫 소설집을 냈다.

소설집 <꽃돌>(나남)에는 당선작 ‘일기예보’와 2017년 현진건문학상 추천작에 선정된 ‘줄을 긋다’ 등 12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꽃돌>에 실린 열두 편의 소설에서는 일상적인 소재를 비범한 시선으로 관찰하는 작가의 섬세한 감각이 돋보인다.

작가는 밥솥, 목욕탕, 오랜만에 연락 온 초등학교 동창 등 우리 주변에 있으나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소재들을 관찰하며 삶의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고,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해가 중천에 뜨도록 우리를 기다리며 식어 버리던 밥상과 함께 엄마의 한숨이 잦아질 때, 엄마가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그 말은 모든 걸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들어야 했다.”(‘오래된 밥솥’중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엄마, 아빠, 아들, 딸, 아내, 남편, 오랜 친구 등 주변에서 흔히 보는 낯익은 모습이지만 모두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백척간두에 선 사람들이다.

본인의 삶과 가정을 모두 내팽개치는 아빠(‘꽃돌’), 무관심을 사랑의 표현이라고 자위하는 가족들을 더는 견디지 못하고 가출한 엄마(‘오래된 밥솥’), 아버지에게 정서적으로 버림받고 원룸에 사는 아들(‘행복한 원룸’) 등이다.

절대적인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서로에게 오히려 가해자가 되고 만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벼랑 끝에 선 사람들처럼 위태롭다.

작가는 삶의 극점에서 가족에게마저도 기댈 수 없는 현대인의 상처와 외로움을 다양한 이야기로 변주하며 그려냈다.

소설에는 어디서 비롯됐는지 모를 컴컴한 삶의 불화, 갈등, 방황의 끝은 어디일지 끊임없이 탐색해 온 작가의 긴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윤혜령씨는 울산에서 태어났으며 울산대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2002년 ‘습렴’으로 방송대 문학상, 2005년 ‘망혼제’로 한국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집필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012년 ‘일기예보’로 아시아황금사자문학상 우수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줄을 긋다’는 2017년 현진건문학상 추천작에 선정됐다. 현재 그는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이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