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의 불은 누가 보더라도 인재임에 틀림없다. 눈을 뜬 채 당하는 어이없는 재난이 울산에서 아직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것에 너무나 심한 허탈감을 느낀다. 인명피해는 없다고 하지만 불이 난지 불과 25분만에 건물이 폭삭 내려앉았다는 것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다.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었던 황당한 대규모 사건들을 그 동안 얼마나 많이 겪었는가. 만약 저녁 시간 소매동에 많은 손님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쳐 북적됐었다면 25분이 아니라 단 10분만에 출구가 막히면서 끔찍한 장면을 맞았을 것이다. 재산피해액의 문제가 아니라 참극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은 그 동안 상인뿐만 아니라 손님들까지 언제 불이 날지 모르는 화재 사각지대로 인식하고 있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점포와 각종 가전제품, 특히 겨울철의 각종 난방기구, 어디로 연결돼 있는지 모르는 전선 등 건물 전체가 지뢰밭이었다. 울산시도, 점포 상인들도 영업에만 신경썼지 화재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지금와서 점포입주 상인과 울산시의 책임을 따져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마는 화재사건의 최종 마무리는 마땅히 철저한 원인규명과 예방이어야한다. 장사를 재개할 수 있는 시설 마련에도 행정력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이번 화재는 가뜩이나 침체된 지역경기를 더욱 얼어붙게 할 것이다. 더욱이 설 대목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전 화재는 상인 뿐만 아니라 울산시민들의 삶을 더 위축시킬 것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송철호 시장이 상인들의 어려움을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행정기관의 금전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어려움에 처한 상인들에는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가 더 절실할 수도 있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시민들의 관심도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