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8만의 소도시서 산업수도로
비약적인 발전 이룬 저력 되살려
시민 모두 긍정사고로 위기 타개를

▲ 이은규 울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인간은 높은 지능과 지성을 가졌지만 때론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심리와 관련된 인간의 비이성적 태도는 특히 의료분야에서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

미국의 한 대학이 조사한 결과, 항암제와 같은 화학요법을 받는 환자의 60% 정도가 치료 전에 이미 매스꺼움을 느꼈다고 한다. 심지어 치료를 며칠 앞둔 시점에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라고 한다. 약효에 대한 불신 또는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실제로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의 반대 용어다.

노시보 효과와 같은 부정적인 심리상태는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사스, 메르스 등 바이러스 질환이 발생한 당시, 전염에 대한 우려와 공포만으로도 고열 및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한 때 대한민국의 산업수도로서 굳건한 위상을 자랑하던 울산이 최근 몇 년간 경기침체에 따른 어려운 상황을 보내고 있다. 주력산업인 조선업 위기로 인구 감소와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자동차산업의 경우 생산량과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다. 청년 실업과 자영업 폐업이 급증하고 있지만 새로운 먹거리 산업의 출현이 지체되고 있다.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위기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웨덴의 말뫼, 미국의 러스트벨트(Rust Belt)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된 위기를 극복하며 새로운 도약을 이뤄낸 외국 도시의 사례들은 주목할 만하다.

스페인의 말뫼시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조선산업의 쇠락으로 버려진 도시가 됐다. 하지만 많은 노력 끝에 풍력과 태양광을 전력으로 삼고, 음식물 쓰레기로 차량용 바이오 가스를 생산하는 등 친환경도시로 변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는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과 ‘외례순대교’를 연결시켰다. 마치 우리나라 수도권과 같은 초국경 단일 경제권을 만들어 북유럽의 새로운 경제중심지로 부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미시간, 펜실베니아 등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 지방을 일컫는 러스트벨트는 과거 자동차, 철강산업의 중심 지역으로 번성했다. 자동차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 철강산업도시 피츠버그, 기계·석탄·방직산업이 발달했던 필라델피아·볼티모어 등이 주요 도시이다. 이중 최근 디트로이트 시가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해외언론 등에 따르면 2013년 7월, 180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갚지 못해 파산한 디트로이트 시가 불과 5년 만에 활력 넘치는 도시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추진한 효율적인 도시재생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총생산(GDP), 1인당 평균소득, 주거와 일자리 환경 등이 개선됐고 인구도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과거 울산은 인구 8만 여명의 소도시였다. 그러나 울산공업센터 지정을 통해 태화강의 기적이라 부르는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그 성장의 과정마다 시련과 고통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이를 극복하고 오늘날에 이른 자랑스러운 경험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 울산경제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먼 훗날 돌아보면 이 또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하나의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기해년은 여러모로 울산에 있어 중요한 한 해이다.

모두가 아는 위기는 위기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상황이 어렵다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고 다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올해가 울산이 재도약하는 원년이 되길 바라며 새로운 다짐으로 한 해를 열어갔으면 한다. 무엇보다 울산시민 모두, 힘찬 한 해를 보내기 위해 ‘플라시보 효과’를 믿으며 긍정의 힘과 에너지로 출발했으면 좋겠다.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한 울산의 경험과 저력을 믿고, 위기를 극복한 도시들의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필요가 있다.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해 우리의 힘을 하나로 모아나간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은규 울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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