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흔 한국산업인력공단 울산지사장

매년 벚꽃이 만개할 무렵인 4월 초에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지방기능경기대회가 개최된다. 개최지역마다 슬로건은 각각 다르지만 많은 시도에서 기능경기대회를 ‘숙련 기술인의 축제’로 표현한다.

기업들은 현장에서 숙련 기술자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들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학교를 나와 기업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상당기간 추가 훈련과 교육이 필요하고, 여기에 숙련 기술자가 되기 위해서는 각고의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들이 숙련 기술자를 원하면서도 이들을 양성하는데 많은 투자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당연히 국가나 학교에서 인재양성을 담당하거나 개인이 능력을 키우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독일의 사례를 살펴보자. 직업훈련제도인 아우스빌둥은 정부와 상공회의소, 노조, 기업 간 책무의 구분이 분명하다. 정부의 지원은 법적 체계 정립 등에 초점을 맞추고 직접적 재정 지원은 없다. 재정 부담은 100% 기업에서 부담해 기업 현장에 맞는 맞춤형 교육훈련을 실시, 숙련 기술자로 성장하는데 자양분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독일의 아우스빌둥과 같은 도제학교가 있다. 독일, 스위스의 도제제도를 도입해 우리 실정에 맞게 특성화고등학교에 접목시킨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라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는 울산공업고등학교에서 CNC밀링과정에 164명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 학생들은 고등학교 2학년부터 졸업 때까지 학교에서 이론 교육과 기초 기술을, 기업현장에서 심화 기술을 연계해 배운다. 올해로 첫번째 수료생 88명을 배출했다. 이들 수료생들은 (주)한국몰드 등 36개 기업체와 취업을 약정했다. 수료자 본인이 원할 시 추가로 2년간 기업과 울산과학대학교에서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P-TECH 과정을 통해 고숙련 기술 습득은 물론 졸업 후 해당학과의 전문학사 학위도 받을 수 있다.

울산지역의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참여단계에서부터 수료까지 학생은 물론 기업과 학부모까지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단순히 취업률을 높이고자 하는 다른 취업연계 사업과 달리 울산공업고등학교의 기업발굴전담관들이 관내의 우수한 기업들을 직접 발로 뛰며 사업 소개와 홍보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참여를 원하는 기업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면밀한 서류심사와 현장심사를 거친다. 학생들 역시 학교와 참여기업의 1, 2차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결국 높은 의지가 있는 기업과 학생들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학생은 물론 학부모를 대상으로 별도의 설명회를 개최해 사업의 목적과 비전을 제시하고, 훈련 중에도 노무사와 전문 강사를 초빙해 학생들의 안전과 노무, 직장예절, 금융경제 등 기본 소양 함양에도 힘쓰고 있다. 이밖에도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기업체로의 출퇴근을 모두 학교 전용 버스를 이용하는 등 훈련을 위한 지원 부분에도 빈틈없는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14세기 후반부터 도제교육이 제도화 돼 전체 기업의 20%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독일에 비하면 우리 한국은 아직 도제학교의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고등학교 재학생 단계부터 진행하는 우리와 달리 독일에서는 중학교 과정을 마친 학생이 이미 기업에 도제교육생으로 취업, 이론과 실무교육을 병행한다.

이렇듯 학습과 취업으로의 연계가 자연스레 이뤄지다 보니 최근 우리나라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실업률에서도 독일은 7.4%라는 매우 낮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역시 외국의 선진 제도를 받아들여 자체 실정에 맞게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라는 제도로 발전시키고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무척이나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숙련기술인은 분명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독일의 도제시스템이 7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듯 지금 시작단계인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더욱 발전시켜 울산 소재 중소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우수한 숙련기술인들이 많이 배출되고, 이를 통해 지역의 제조업 분야가 다시 한 번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명흔 한국산업인력공단 울산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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