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으로 삶의 대격변 예상
백척간두에서도 한걸음 내딛는 용기
마음속 입춘첩 삼아 힘찬 새봄 맞이를

▲ 김종국 서울교통공사 사업수행지원센터 실장

대한과 우수 사이에 드는 입춘은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이다. 입춘에는 대문이나 기둥, 문지방 등에 글을 써서 붙이는데 이를 입춘첩(立春帖) 또는 입춘방(立春榜)이라 한다. 옛날 궁에서 설날에 문신들이 지어올린 신년축시 중에서 잘된 것을 골라 대궐의 기둥과 난간에 써 붙였는데 민가와 상점에서 이를 따라 새봄을 송축(頌祝)하던 풍속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입춘방의 대표적인 글귀는 입춘대길(立春大吉, 새봄을 맞이하여 크게 길함), 건양다경(建陽多慶, 밝은 기운을 받아들여 경사스런 일들이 많기를 기원) 등으로 집안의 길함과 경사를 기원하였다고 한다. 우리도 나라가 어렵고 민생도 힘든 만큼 올 봄에는 온 국민이 국태민안(國泰民安,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함)을 기원하는 입춘첩을 각자의 마음속에 크게 써 붙였으면 한다.

새해 들어 정부에서는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을 필두로 재계간담회를 개최하고 대한상의, 경총과의 만남을 통해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동·임금정책에 대한 노동계의 불만은 여전하고 재계 또한 곤혹스럽기만 하다. 노동계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도 전체 경제가 함께 살아나야 가능한 일인데 임금인상이 또 다른 경제 부분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므로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하니 정부로서는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노동조건의 향상을 우리 사회가 얼마나 수용할 수 있으며 그것이 우리 경제나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애초에 함께 살폈어야 하는데 이미 때가 늦은 듯하다. 짐작건대 정부의 행보를 보니 노동계와 재계가 열린 마음으로 상생협력(相生協力)의 묘수에 대해 깊이 고민해 달라는 주문과 함께 국민적 이해를 바라는 입장인 듯하다.

일자리가 걱정인 요즘, 다행히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 잘 적응하고 있다. 딸아이는 평범한 직장인에서 우연한 기회에 버섯재배의 길로 전업한 7년 차 처녀농군이다. 지난해에는 50평 남짓한 하우스에서 11t이 넘는 고가의 송고버섯을 수확할 정도로 제대로 자리를 잡았는데, 동업자 격인 농장주와 함께 자동화된 ‘스마트 팜’을 추진 중이라 하니 고맙고 대견스럽다. 지난 연말에 제대한 아들은 스스로 대학 복학을 미루고 선 취업의 길을 택했는데 학교보다는 산업현장이 더 빨리 세상의 변화에 적응, 적용되고 있어 지름길을 택한 것이다. 전공인 디자인과 공연 촬영 및 편집을 겸업(兼業)하면서 밤낮으로 바쁘지만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보니, 진정한 직업이란 생계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좋아하고 즐기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상이 변해도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가는 길, 이는 현직에 안주하며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던 나에게는 잔잔한 충격이자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은 옛말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다. ‘흙수저의 성공 비화’ 이면에는 남다른 노력과 몰래 흘린 눈물이 숨어 있다. 청년실업, 노인실업만 문제가 아니라 생계형 일자리까지도 위협받는 오늘이다. 가속화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삶의 질을 더욱 윤택하게 해주는 반면에 사람의 일을 예상하지 못한 판도로 뒤엎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만사형통’을 되뇌며 나라님의 선처나 요행을 바랄 일이 아니라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 백 척의 높은 장대 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용기)’의 입춘방을 내걸고 힘껏 뛰어 나가 새봄을 맞이할 일이다.

김종국 서울교통공사 사업수행지원센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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