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북구에는 45~64세 사이의 1인가구 6668가구가 산다. 북구청은 이들을 상대로 각 가정을 일일이 찾아가 경제상황과 건강, 주거상태, 사회관계 등 전반적인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다. 이같은 조치는 이웃의 무관심 속에 홀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구청은 북구지역 내 8개 동 복지담당공무원과 통합사례관리사, 설문조사원, 통장, 명예사회복지공무원 등을 총 동원할 계획이다. 이들은 3개월 동안 1차 조사를 실시하고 필요한 가구에 대해서는 복지담당공무원 및 통합사례관리사와의 2차 심층 상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울산은 그 동안 고도의 경제성장을 거듭하면서 소위 전국 유일의 ‘급할시’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금은 성장이 둔화됐지만 북구는 여전히 현대자동차와 효문공단, 오토밸리, 매곡공단 등으로 둘러싸여 있고 근로자들의 소득은 다른 도시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빽빽히 들어서 있는 북구에 영세상인과 혼자사는 무직자들은 의외로 많다. 북구를 비롯한 울산은 전체적으로 빈부의 격차가 국내 다른 도시보다 크다. 울산내에서는 대표적인 사례로 농소1동과 효문동을 들 수 있다. 농소1동과 효문동은 도시개발과 공단개발이 안된 상태에서 2600여명의 중·장년 1인가구가 들어와 살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소득이 작거나 질환을 앓고 있다. 연고도 없는 이들이 혼자 앓아누웠을 경우 자칫 위험해질 수 있다.

주거문화가 각박하게 바뀌면서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조차 모르는게 지금의 사회공동체다. 이웃에 대한 무관심과 배척, 외면은 안그래도 빈약한 공동체에 균열을 만들고 결국은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파탄지경에 이르게 한다.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팽배한 이 세상에서, 힘없는 약자들은 결국 스스로 환경을 극복하거나 삶을 포기하는 방법에 없다. 옛날 마을단위의 전통적인 공동체는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 골방에서 한달이고 두달이고 모습을 보이지 않던 노인이 어느날 숨진채로 발견되는 일은 이제 다반사로 여겨지는 세상이다.

이번에 이동권 북구청장이 중·장년 1인가구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를 하기로 한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자치단체장의 책무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거창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을 진정으로 보호하고 아끼는 데 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노인들의 도시 골방과 농촌 외딴집에는 고독이 가득하다. 예산을 물쓰듯 써대면서 치적을 쌓는 기초자치단체장들은 이제 삶의 막장에 몰린 빈곤층과 고독한 사람들에게 눈길을 줄 때가 됐다. 사랑스런 눈길과 따뜻한 손길이 북구에서 시작돼 울산 전역, 우리나라 전역에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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