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석유회사가 투자...오일뱅크 기업가치 상승

그룹 재무건전성 높아져
현대重, 중동수주 기대도

현대중공업지주가 보유중인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사우디아리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에 매각하면서 1조8000억원대의 자금을 확보함에 따라 주력계열사인 현대중공업 등에 직·간접 투자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한 이번 지분매각이 현대중공업과 아람코간 신뢰관계 돈독에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높아 향후 중동시장에서 발주되는 선박 및 해양플랜트 공사수주도 기대된다. 사우디 아람코는 S-OIL 지분 63.46%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로, 이번 지분인수로 현대오일뱅크 2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아람코와 최대 1조8000억원 규모의 상장전 지분투자에 관한 투자계약서를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시가총액을 10조원으로 산정해 주당 가치를 3만6000원 수준에서 지분 19.9%를 인수할 계획이며, 이번 계약은 양사의 이사회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아람코는 세계 원유생산량의 15%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로, 현대오일뱅크의 업계최고 고도화율(40.6%)과 수익성 등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이번 투자를 결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5년 11월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여러 사업을 함께 진행하며 신뢰관계를 쌓아온 것 등이 이번 투자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추진한 현대오일뱅크 상장(기업공개)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의 영향으로 지연됐지만 이번 투자유치를 통해 현대중공업그룹은 재무건전성을 높이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Pre-IPO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다소 시일이 필요한 만큼 현대오일뱅크 상장은 불가피하게 연기될 것”이라며 “이번 계약을 통해 조달한 금액은 신사업투자와 재무구조 개선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현대오일뱅크는 세계 1위 석유회사가 투자했다는 점만으로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물론 이번 계약을 통해 아람코의 네트워크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한 단계 발전할 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도 의미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20% 이상 인수하면 한국내 정유 자회사인 S-OIL의 계열사로 처리(기업결합신고)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해 아람코측이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20% 미만에서 결정한 것으로 보고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협약을 통해 아람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 석유화학과 유전개발, 윤활유 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측은 이번 협약뿐 아니라 조선, 엔진 등 여러 분야에서 이미 긴밀히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사우디 산업발전계획인 ‘비전 2030’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사우디 최대 조선소 건립을 함께 진행하고 있으며, 연내 엔진 합작법인도 설립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아람코와의 다방면 사업 협력은 향후 중동에서 발주되는 선박과 해양플랜트 공사 수주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중동시장 개척을 통한 사업확장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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