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어머닌 그저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오직 결과만이 여러분의 가치를 증명한다. 내가 합격시켜 줄 테니깐 얌전히, 조용히, 가만히 있어, 죽은 듯이.”

요즘 삼삼오오 모이면 누구나 이 드라마 이야기뿐이다. 드라마를 보지 않더라도 개그프로, 블로그, 유튜브에서 SKY캐슬의 입시코디네이터 김주영의 대사가 패러디 되다보니 이 대사들이 낯설지가 않다. 그동안 익숙했던 드라마의 삼각관계의 사랑이야기나 출생의 비밀 이야기도 아닌 입시드라마가 왜 이렇게 인기를 얻는 것일까? 씁쓸하지만 SKY캐슬의 이야기가 부모인 내가 걸어왔던 스토리이며 내가 그렇게도 힘들어했던 길을 지금 내 사랑하는 아이에게 강요하는 스토리의 일부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별개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교육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을 배우기 위해, 그리고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을 위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아침 일찍 시작해 밤늦게 끝나는 지금 한국의 교육제도는 산업화 시대의 인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일 뿐이다.”

‘제 3의 물결’ ‘부의 미래’ ‘권력이동’으로 유명한 미래학자 고(故) 앨빈 토플러 박사는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눈부신 경제성장과 한강의 기적을 보면서 대한민국에 대한 진심어린 조언과 함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의 미래와 한국이 직면한 문제의 해결방안 대안에 대해 말 할 때는 한국의 교육과 관련하여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과 제도개선을 주장하였다. 물론 앨빈 토플러나 여러 석학들이 한국의 교육제도만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에서도 사회가 산업화사회를 거쳐 이미 지식기반사회에 들어왔으나 교육은 아직 산업화사회의 역할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비판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미국의 교육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말라리아나 결핵, 소아마비의 퇴치보다 어렵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성취도를 보면서 외국에서 한국의 교육은 대단하지만 배울 것은 없다는 말처럼 우리는 교육제도와 아이의 미래를 위한 교육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와 고민을 해 보아야 한다.

교육제도는 하루아침에 변하기 어렵다. 제도가 변한다고 만사형통도 아니다. 의식이 바뀌지 않고 교육에 대한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교육제도가 바뀐다고 하여도 여전히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 과외를 하고 미래를 위해 필요하지 않은 지식을 위해 왜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경쟁에서 이기기만을 위한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지금이 교육혁신을 위한 가장 좋은 시기 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미래교육, 메이커교육, VR과 AR,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3D프린팅교육, 코딩교육 등 새로운 시대의 교육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는 지금. 반짝이는 아이들에게 미래를 보여줄 것인가 오직 결과만이 여러분의 가치를 증명한다며 희생을 강요할 것인가? 교육혁신은 어디에서 오는가? 동에서 오는가 서에서 오는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것은 교육주체인 우리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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