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까지 당신과 함께할 거야.”

차가운 흑백화면을 뚫고 온기가 전해질 정도로 두 남녀의 사랑은 뜨겁고 강렬하다. 고전적인 러브스토리이지만, 사랑의 정수가 오롯이 담겨있어 더욱 애절하게 와닿는다.

2월7일 개봉하는 폴란드 영화 ‘콜드 워’(사진)는 처절한 아름다움이 담긴 한편의 서정시이자, 시대와 장소,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은 사랑의 연대기다.

냉혹한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두 남녀 이야기를 몽환적인 재즈 선율과 폴란드 민요 노랫가락 위에 펼쳐낸다.

공산주의 체제하에 있던 1949년 폴란드. 도시 빈민가 출신 줄라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분을 속이고 폴란드 민속음악단 ‘마주르카’에 입단한다. 그곳에서 줄라는 음악을 가르치던 빅토르와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줄라는 정치적 사상을 의심받던 빅토르를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빅토르는 그런 줄라에게 파리로 망명하자고 제안하지만, 걱정이 앞선 줄라는 이를 거절한다.

두 사람은 그렇게 이별하지만, 사랑은 더욱 커지고 15년간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한다. 사랑에 운명을 건 이들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사랑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영화는 시각적, 청각적으로 황홀한 체험을 선사한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4대3 비율의 화면 속에 조화롭게 배치된 피사체와 흑백의 이미지는 아무 데서나 화면을 정지시켜도 그 자체로 한장의 걸작 사진이 될 듯하다.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은 흡인력을 발휘한다. 차가운 시대 공기와 뜨거운 사랑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스크린 위로 흐르는 선율은 영화에 숨과 온기를 불어넣는다.

특히 주연 배우 요안나 쿨릭이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직접 부른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심장’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귓가를 맴돈다. 주인공의 심정을 대변하는 노랫말도 사랑의 비극성을 더한다.

요안나 쿨릭은 뜨거운 심장을 지닌 줄라를 마치 실제 인물처럼 연기했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남자 빅토르 역 토마즈 코트의 쓸쓸한 표정도 뇌리에 남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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