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광주형 일자리’가 30일 첫발을 뗐다. 한국노동시장의 변화를 예고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광주형 일자리’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지방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주도해 적정임금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에서 책정된 적정임금은 3500만원이다. 현재 국내 완성차업체 5곳의 연평균 임금은 9213만원이다. 임금은 절반수준에도 못미치지만 연봉이 전부는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육아·여가생활 등 생활기반과 복지를 더하는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이다.

울산은 현대차 최대규모의 생산공장을 가진 도시다. 정부나 현대차측은 울산공장의 생산량을 줄이는 등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울산과 무관함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형 일자리가 고임금의 울산노동시장과 일자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은 어렵지 않다. 임금 하향조정 등의 직접적인 영향은 아니더라도 생산공장의 규모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진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다른 지자체들의 지역형 일자리 사업 추진이 확산될 경우 울산공장 증설에 부담을 갖는 기업들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국GM이 공장을 폐쇄한 전북 군산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겪는 조선업체가 집중된 경남 거제 등지에서도 지역형 일자리가 거론되고 있다. 조선과 자동차를 주력산업으로 하는 울산도 결코 이들의 고민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의 출범이 지역에 미칠 파장에 대한 대책 수립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현대차는 ‘완성차 연간 10만대 생산’ 규모의 공장을 세운다. 완성차 업체의 국내 투자는 수십년만이다. 오랫동안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규모 확장은 대부분 해외공장을 통해 이뤄졌다. ‘광주형 일자리’가 국내 자동차업계의 고민거리로 꼽혔던 ‘고임금 저효율과 불안한 노사관계’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 국내투자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이로인해 지자체와 대기업이 손을 잡은 ‘지역별 맞춤형 일자리’가 확산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광주시가 ‘광주형 일자리’의 본보기로 삼았던 것은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토(AUTO) 5000’이다. 폭스바겐은 2001년 경기침체로 생산량이 급감하자 별도의 독립법인과 공장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지역사회와 노조는 공장의 해외이전을 막기 위한 선택으로 기존 생산직 월급의 80% 수준인 5000마르크(약 300만원)에 정규직 채용을 합의한 것이다. ‘아우토 5000’은 8년만에 위기를 극복하고 2009년 폭스바겐에 통합됐다.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적 안착을 통해 ‘노사상생 사회통합형’ 일자리 사업으로 확산될지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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